청와대 비서관 업무파악만 하다간다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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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후 8개월 만에 수석비서관을 포함해 청와대 내 비서관(보좌관 제외) 절반 이상이 사표를 내거나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0월 31일 현재 대통령비서실 39개 비서관 직급 중 23명의 자리가 바뀌었다.

▽사표 원인도 각양각색=무엇보다 총선출마자들이 물러나면서 일어난 연쇄 인사이동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8월 말 인사에서 정무수석실과 홍보수석실 등에서 6명이 총선출마를 위해 옷을 벗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 때 “출마할 사람은 청와대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결국 이 지시는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각종 사건이나 사고에 연루돼 사표를 내거나 자리를 옮기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충북 청주 향응 술자리 사건에 연루된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과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의원으로부터 국정혼선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 ‘새만금 헬기시찰사건’으로 물러난 조재희(趙在喜) 전 정책관리비서관 등이 그 사례다.

‘일이 너무 단조롭다’(황덕남·黃德南 전 법무비서관)거나 ‘조직생활이 맞지 않아서’(송치복·宋治復 전 국정홍보비서관)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표를 낸 경우도 있다.

청와대는 공석이 된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는 대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식의 내부에서의 순환보직 인사를 해 ‘땜질 처방’과 ‘코드 인사’라는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석으로 남아있는 자리도 제1부속실장 등 3자리나 된다.

▽인사검증 허술 논란=대통령비서실 인사는 인사보좌관실이 담당하는 내각인사와 달리 비서실장 주관으로 총무비서관이 담당한다. 능력과 경륜 같은 객관적인 기준보다 ‘코드’와 ‘대선 논공행상’ 위주로 사람을 찾았다는 얘기도 없지 않다. 특히 새 정부는 2월 청와대 인선 때 2명의 관료출신만 발탁해 관료에 기대지 않는다는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무리한 발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조직생활을 해 보지 않은 재야출신 인사들이 공직에 대한 책임감이 적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정무수석실의 경우 처음부터 총선출마자를 위한 ‘정류장’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말 청와대 쇄신이 총선출마자 2차 정리용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비서관은 “제대로 업무를 파악해 적응하는 데만도 6개월이 걸린다”며 “곧 조직개편과 인사쇄신을 단행한다고 하니 일손이 잡힐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현 정부 출범 후 바뀐 비서관
비서관현직전직
총무정상문최도술(사표)
국정상황실장박남춘(대행)이광재(사표)
의전정만호서갑원(이동)
제1부속실장공석양길승(사표)
정무기획천호선신봉호(이동) 이병완(승진)
정무1서갑원문학진(총선출마·사표)
정무2김현미박재호(총선출마·사표)
시민사회2통폐합김용석(총선출마·사표)
지방자치폐지박기환(총선출마·사표)
민정2이용철박범계(이동)
법무박범계황덕남(사표)
홍보수석이병완이해성(총선출마·사표)
국정홍보공석송치복(사표)
대변인윤태영송경희(이동)
보도지원권영만김만수(총선출마·사표)
국내언론송경희김현미(이동)
참여기획김형욱천호선(이동)
제도개선1곽해곤김형욱(이동) 제도개선2도 신설
국정모니터폐지곽해곤(이동)
정책기획김영주이병완(이동) 신봉호(이동)
정책조정신봉호정만호(이동) 정책상황에서 변경
정책관리김성진조재희(사표)
인사공석김용석(총선출마·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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