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영향력 크면 무조건 출자 규제…“매년 소유구조 공개”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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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5년부터 자산 5조원 이 상인 그룹의 총수 영향력이 실제 지분에 비해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출자규제를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의 자금 조달과 사용 명세 등을 공개해 총수의 지배권을 약화시키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시장개혁 3개년 계획’ 로드맵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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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은 향후 3년간 대기업 정책의 밑그림을 담고 있다. 아직까지는 잠정안으로 다음달 각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금융·보험 계열사 보유 지분의 의결권 행사 제한 방침 등을 추가해 12월 중 최종 확정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공정위는 로드맵에서 대기업 정책의 새 기준으로 총수의 실제 지분(소유권)과 의결권(지배권)간 괴리도를 나타내는 ‘의결권 승수’를 도입했다.

의결권 승수가 2이면 총수와 그 일가가 실제 현금을 투입해 사들인 지분보다 2배 정도 큰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출자규제 대상 11개 그룹(자산 5조원 이상)의 의결권 승수를 올해 4월 1일 현재 6.1에서 2006년까지 3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출자규제에서 ‘졸업’할 수 있는 기준을 현행 ‘부채비율 100% 미만’에서 △의결권 승수 2 이하, 소유·지배 괴리도 20%포인트 이하 △계열사 수 5개 이하이고 3단계 출자가 없는 그룹 △지주회사 소속사 △집중투표제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기업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대기업의 소유·지배 괴리도와 총수 친인척의 지분 내용을 매년 공개하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전자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그룹별 희비 엇갈려=새로 바뀐 출자규제 졸업 기준의 최대 수혜 기업은 LG가 될 전망이다. LG는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을 마치고 친족분리 등을 진행하고 있어 자동으로 출자규제에서 제외된다. 지주회사인 SK엔론을 두고 있는 SK도 출자 여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게 된다.

현대중공업과 동부그룹, 한진, 금호는 의결권 승수가 2.0 안팎이라는 점에서 졸업 기준에 근접해 있다.

반면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의결권 승수가 각각 8.88, 8.57에 이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그룹을 분할하려는 계획도 없어 당분간 출자규제에 묶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본부 견제=이번 로드맵은 각 그룹 구조본의 자금 조달 및 사용 명세와 활동 상황을 공개토록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사업체’만을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임의단체인 구조본에 대해 공정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공정위도 이를 의식해 구조본의 자금 명세를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특별법을 만들지 않는 한 각 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구조본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른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한도를 제한하는 제도.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그룹은 원칙적으로 순(純)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다. 민간 기업 중에서는 삼성 LG 등 11개 그룹이 출자총액 제한을 받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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