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신주류, 新黨포기 선언]'도로 민주당'

  • 입력 2003년 8월 1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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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당추진파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당 해체 불가’ 등 신당 ‘3대 원칙’을 논의하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민주당 신당추진파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당 해체 불가’ 등 신당 ‘3대 원칙’을 논의하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민주당 신당파가 1일 밝힌 ‘민주당 해체 포기’와 ‘인적 청산 포기’ 등의 원칙에는 2가지 포석이 함께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신당 추진에 대한 비주류의 경계심을 허물기 위한 전술적 후퇴 의미가 짙게 깔려 있다. 또 다른 함의는 현실론이다. 비주류측이 반대하는 신당 추진을 강행하다가 당이 쪼개질 경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실제 신당파의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이날 “비주류가 하도 ‘음모론’을 내걸며 신당 추진이 인적 청산을 위한 음모인 것처럼 비난하니까 우리의 진의를 분명히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들도 일단 ‘안심하고 합승할 수 있는 신당호’에 태우는 게 급선무이며 개혁세력과의 연대는 그 다음 단계에 가서 추진해도 된다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해 비주류 일각에서는 이날 선언을 비주류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정도로 폄하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주류측이 내세우는 통합신당이란 인적 청산은 없어도 결국은 민주당을 해체하자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주류의 다른 한 의원도 “결국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돛단배가 바람(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이 불지 않아서 움직이지 않으니까 배 안의 식량 등 당초 실었던 짐들을 일단 덜어내는 차원이다”고 해석했다.

당내에서는 또 ‘민주당 해체 포기 선언’에 대해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해체’ 여부를 안건으로 내세워 대의원들의 정서를 자극하려는 비주류측의 전략을 우회돌파하기 위한 전술이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해체 안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통합신당에 대해 갖고 있는 대의원들의 불안감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신당’이라는 최소한의 명분만 살린다면 굳이 민주당을 부정하는 ‘과격한 시도’를 포기할 수 있다는 현실 인식도 당내에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명분 때문에 자기주장을 접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전체가 결정을 해주면 명분 있게 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친노(親盧)’나 ‘개혁코드’만으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현실론이 확산되면서 우선 ‘당내 통합’에 무게를 둔 신당 추진으로 선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주류측의 한 핵심 의원은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대까지 내려와 있는 상황에서 ‘개혁성’의 강조가 내년 총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며 “당명 정도 바꾸고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선에서 같이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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