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보고 못받아 정부 합동상황실 '개점휴업'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29분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파업 상황과 해당 부처의 조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정부 합동상황실이 11일부터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마련됐으나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의 협조체계 미비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합동상황실은 행자부 차관보를 실장으로 건교부, 산업자원부, 노동부, 해양부, 경찰청 등 관련 6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각 부처가 파업과 관련한 대처 상황 등을 합동상황실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종합적인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인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특히 건교부와 해양부, 노동부 등 각 부처는 부처별로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실에서 파악하고 있는 파업 관련 상황이나 대책조차 합동상황실에 제때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대해 해당 부처들은 협상대책이나 진행상황 등이 외부로 알려지면 사태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합동상황실에 모든 상황을 보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에서 보고된 지방의 파업 상황을 각 부처에 전파하고 있는 행자부도 자치단체 및 경찰로부터 하루 네 차례 정도만 상황보고를 받아 즉각적인 상황 파악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행자부는 13일 뒤늦게 전국 시도 부지사회의를 열어 지자체들의 신속한 상황보고를 당부했다.

이처럼 종합상황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다 보니 13일 오후 경기 의왕시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 지회가 파업에 동조해 휴업에 돌입해도 종합상황실은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돼 속수무책이었다. 여기에다 건교부와 해양부 등의 비협조로 합동상황실은 전국적인 물류 이동 상황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합동상황실 주무부서인 행자부가 건교부 등 관련 부처 고위 간부들에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합동상황실이 이처럼 무기력하게 운영되는 데에는 주무부서가 잘못 정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합동상황실의 중요 임무는 단순히 파업 상황만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을 풀고 화물운송을 정상화하기 위한 종합대책과 대처방안을 아울러 마련해야 하는데 행자부가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무리라는 것. 소위 예전에 국가정보원이 수행하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부처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갖가지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주무부서라고 할 수 있는 건교부 등 다른 부처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화물운송은 물론 파업관련 업무를 전혀 해보지도 않은 행자부가 전면에 나서게 됐다”며 “총리실 등에서 직접 관할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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