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盧 계산된 발언… 어이없다”

  • 입력 2002년 5월 16일 18시 42분


검찰이 ‘야당의 시녀’라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측의 발언에 검찰이 술렁거리고 있다.

검찰은 노 후보와 측근들이 검찰을 비판한 직후 일절 공식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15일 노 후보의 발언을 전해 듣고 “여야를 불문하고 공명정대하게 수사하면 됐지 정치권의 발언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과 함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검사들은 노 후보의 발언이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왔고 나중에 유 특보가 취소하긴 했지만 철저히 계산된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상의 여당 대통령 후보가 검찰을 향해 자극적인 발언을 한 데에는 뭔가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표면적으로는 야당에 대한 수사 촉구로 정국을 반전시켜 6월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그 이상의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점점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이른바 ‘노풍(盧風)’은 좌충우돌식 행보가 ‘신선한 바람’으로 포장되면서 비롯됐다”며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뭔가 ‘돌출발언’이 불가피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검찰 인사 개입과 검찰권의 부당한 이용은 엄연히 여당의 전유물이었다”며 “이런 현실을 무시하는 노 후보는 초현실주의자냐”고 되물었다.

나아가 노 후보 측의 발언은 대선 후보 자질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수원지검의 한 관계자는 “단란주점 불법 영업을 해결하기 위해 지청장에게 민원 전화를 걸고 검찰을 엉뚱하게 물고늘어지는 것을 보면 노 후보가 과연 대선 후보의 자격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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