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지방선거 긴급점검/上]후보간 물밑신경전 치열

  • 입력 2001년 7월 22일 18시 52분


<<내년 제3기 지방선거(6월13일)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차기 대선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선거여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들이 높다. 출마 예상자들간에 물밑 신경전이 벌써 치열하고, 그래서 조기 과열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3회에 걸쳐 그 실태와 경쟁 양상을 짚어본다.>>


▽부산·울산·경남〓부산시장에는 안상영(安相英) 시장이 재선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부산고 동기동창인 한나라당 이상희(李祥羲)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내놓고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밝혔다.

안 시장은 최근 지역행사에 참석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밑바닥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달 말 대규모 후원회와 부산지역의 현안에 관한 정책포럼을 잇따라 열 계획이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정의화(鄭義和) 의원도 출마 여부를 탐색 중. 민국당을 탈당한 김광일(金光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몫’을 내세우며 한나라당 공천을 노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98년 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접전을 벌였던 김기재(金杞載) 최고위원의 재도전 여부가 관심사이나 본인은 부정적이다.

영남지역의 5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울산시장에는 심완구(沈完求) 시장이 출마포기 의사를 내비쳤으나 최종 결정은 미룬 상태.

한나라당은 이 지역을 탈환해 영남지역 석권을 기정사실화하려 하지만 마땅한 후보감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최근 당 소속 시의원들이 시지부장인 권기술(權琪述)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했으나 권 의원은 “행정보다는 정치에 뜻이 있다”며 고사했다는 것.

여권에선 민주당 이규정(李圭正) 전 의원과 자민련 차수명(車秀明) 전 의원이 물망에 올라 있다. 이 밖에 고원준(高源駿) 울산화학공단 이사장과 98년 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전했던 송철호(宋哲鎬) 변호사가 자천타천으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경남의 경우 김혁규(金爀珪) 지사의 대선 출마설이 가시지 않고 있으나, 김 지사의 지역인기도로 볼 때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한나라당의 이강두(李康斗) 윤한도(尹漢道) 의원이 김 지사에 맞서 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으며, 공민배(孔民培) 창원시장이 김 지사의 불출마를 전제로 도전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에서는 경남대 총장을 지낸 박재규(朴在圭) 전 통일부장관이 거론되는 정도다.

▽대구·경북〓대구에서는 문희갑(文熹甲) 시장에 맞설 상대가 누구냐가 관심사. 문 시장은 지난달 대구경찰청 직원과 대구지역 학교장 및 장학사, 운전사 등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 잇따라 참석해 자신의 치적을 홍보했다는 이유로 선관위로부터 자제 요청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문 시장 재공천 가능성과 함께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 및 이해봉(李海鳳) 윤영탁(尹榮卓) 의원 등이 자신들의 뜻과 무관하게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문 시장에게 두 차례나 고배를 마신 이의익(李義翊) 전 대구시장이 자민련 공천으로 세 번째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98년 선거 때 대구지역에서 유일한 비(非)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이재용(李在庸) 남구청장이 시민단체의 지원을 업고 출마하리라는 얘기도 있다.

경북지사에는 이의근(李義根) 지사의 한나라당 재공천 여부가 관건. 경북 부지사를 지낸 김광원(金光元) 의원과 세대교체를 내세우는 임인배(林仁培) 의원이 도전의사를 감추지 않고 있고, 주진우(朱鎭旴) 권오을(權五乙)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자민련 소속의 신국환(辛國煥) 전 산업자원부장관과 박준홍(朴埈弘) 당무위원 정도가 후보감으로 꼽히고 있다.

▽광주·전남북〓전북의 경우 유종근(柳鍾根) 현 지사의 선택이 최대 관건이다. 도 관계자들 중에는 “유 지사는 차기 대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경우 민주당의 이협(李協) 총재비서실장, 정세균(丁世均) 기조위원장, 강현욱(姜賢旭) 의원이 출마를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다크호스는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 현지 경찰 간부들 사이에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전남 역시 허경만(許京萬) 지사의 벽이 두껍다. 지난 선거 때도 허 지사는 경선으로 공천을 따냈다. 그는 요즘도 서울에 올라와 여권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세 번째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도청 이전과 핵 폐기장 건설 문제로 지역 민심이 흉흉해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최대 도전자는 최인기(崔仁基) 전 행정자치부장관. 박태영(朴泰榮)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선거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고, 동교동계 김옥두(金玉斗) 의원도 내심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도 고재유(高在維) 시장에 대한 물갈이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남에서의 교통정리가 잘 안될 경우 최인기 전 장관이 광주시장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정일(李廷一) 광주서구청장, 정동년(鄭東年) 광주남구청장, 그리고 ‘도청 이전반대 및 시도 통합추진위’를 이끌고 있는 이승채(李承采) 변호사 등이 각축 중이다.

▼지방선거 조기 과열 조짐

“우리 도가 도지사 개인의 기업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도지사가 내년 선거를 의식한 교두보 구축에 치중한 나머지 선심성 공약 이행을 위해 예산을 마구잡이로 집행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주요일정▼

2001.12.15∼ 기부행위 제한
2002.4.14 공무원 등의 공직사퇴 시한
5.22∼26 선거인 명부작성 및 부재자 신고
5.28∼29 후보자 등록 신청(선거운동 시작)
6.1 선전벽보, 선거공보 제출
6.4 선거공보 발송
6.6 선거인명부 확정
6.6∼8 부재자 투표
6.7 투표안내문 발송
6.13 투·개표
7.13 선거비용 보고서 제출

최근 어느 광역의원이 도의회 질의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내년 6월13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단체장들의 ‘선거용 행정’의 폐해를 지적한 것.

단체장들의 일탈 유형도 다양하다. △도정은 방치하다시피 하고 표밭관리에만 열중하는 형 △지역의 집단이기주의에 편승, 핵 폐기물 처리장 등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인기관리를 하는 ‘님트(NIMT·Not In My Term·내 임기 중에는 안 된다)형’은 물론 △공천탈락이 예상되자 즐기는 데에만 열중하는 ‘될 대로 되라 형’까지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출마 예상자들까지 가세, 지역 내의 각종 행사에 얼굴 내밀기는 물론 개인사무실을 차려놓고 사조직을 가동하는 등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지방선거와 관련해 적발된 선거법 위반 사례는 5월17일 현재 모두 1040건에 달한다.

그나마 영·호남지역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당선’이라는 등식 때문인지 다른 지역에 비해 과열양상이 심하진 않지만, 대신 공천을 따내기 위한 예상 후보들간의 물밑 신경전은 더욱 치열하다.

<김창혁·김정훈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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