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손 총리 방북의미]EU, 한반도문제 중재역 맡아

  • 입력 2001년 4월 3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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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비롯한 유럽연합(EU) 고위급 대표단의 방북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서방 16개국의 기자단 75명이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집결했다.

페르손 총리의 방북이 서방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인 탓인지 취재진은 모두 긴장하고 흥분된 표정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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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대표단 3인 누구인가

▽베이징 표정〓주중 북한대사관 영사부는 이날 동아일보를 비롯한 기자단에 평양에서 이틀(5월 2, 3일)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별도의 면접 없이 30분 만에 신속하게 발급했다.

북측은 비자 발급비용을 국가별로 차등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북측은 스웨덴과 노르웨이기자단에는 25달러(약 3만3000원), 한국기자단에는 45달러, 미국기자단에는 50달러를 받았는데 북측 관계자는 구체적 설명 없이 “나라마다 다르다”고만 말했다.

각국 기자들은 ‘마지막 냉전지대’인 북한에 처음 들어가는 설렘과 긴장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1월 베이징에 부임했다는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타임스’ 특파원 미리엄 다나허는 “부임 3개월 만에 한반도 화해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방북 의미와 전망〓페르손 총리 일행의 방북은 EU가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문제의 중재자로 나선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EU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정세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의 ‘보완적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페르손 총리의 방북은 EU와 북한의 교류 및 협력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물론 EU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이어 한반도문제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페르손 총리의 방북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천명함으로써 북―미 대화는 물론 남북관계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페르손 총리는 이번 방북에서 북측과 △한반도 평화지지 △6·15공동선언 이행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핵 미사일 인권 테러 경제개혁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원하면서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우려하는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서도 북측에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뜻이다.

북측이 페르손 총리 일행에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메시지와 핵·미사일문제 등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낼 경우 한반도 정세는 다시 빠른 화해의 물결을 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페르손 총리의 방북은 미국이 검토중인 대북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북측의 변화 신호를 명분 삼아 대북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베이징〓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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