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실무회담]남북화폐 기준 환율결정 거래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8시 57분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정부당국자간 남북경협 실무회담의 성과가 10일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북측은 최근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인 다른 분야와 달리 경제분야에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남북 양측이 기업간 거래대금으로만 사용하는 별도의 ‘통화’를 새로 만들기로 합의한 것은 경협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거래는 주로 달러화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방식은 남북의 돈을 각각 달러와 연계해 다시 환율을 정하는 식이어서 상당히 번거롭다는 문제점이 있다.

재정경제부 배영식(裵英植)경제협력국장은 “양측이 이번에 합의한 ‘새 지불수단’은 결제용으로만 쓰이는 가상의 화폐단위로 남북화폐의 환율을 바로 결정해 무역촉진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새 지불수단은 독일이 동서독 통합당시 만들었던 ‘청산단위’인 ‘VE’가 한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대금 결제 외에 일반통화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북측이 남측 대표단에게 평양 소흥동의 식량보급현장 방문을 처음으로 허용하고 식량분배 문서를 공개한 것도 의미가 있다.

남측은 대북식량지원의 투명성을 우려하는 국내여론을 의식해 9일부터 북측에 현장실사를 강력히 요청했다. 북측은 당초 우리측이 직접 방문한 선례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난색을 표시하다 10일 오후 전격적으로 허용했다. 정부당국자는 “북측이 우리 대표단의 입장에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 같다”며 앞으로 경협관련 합의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한편 북측은 이날 그동안 남측으로부터 제공받은 식량의 분배현황도 공개했다. 북측은 우리측에 넘겨준 ‘식량분배 정형통보’라는 문서에서 “지난달 5일부터 이 달 9일까지 쌀과 옥수수 등 14만8687t을 남측으로부터 제공받아 ‘식량분배상무’라는 기구를 통해 북한 각 지역의 일반가정에 분배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식량지원의 속도가 늦고 일부는 썩어 먹을 수 없다며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우리 대표단에 식량분배현장을 공개하고 일부 주민과의 접촉을 허용했다고 해서 식량이 제대로 분배되는지에 대한 국내 우려를 완전히 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장공개’의 의미를 굳이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지만 북측으로서는 어차피 ‘보여줄 수 있는 것’만 보여주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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