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위서 설전]'국정원장 위상' 여야 격돌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9시 06분


“한 사람이 북한 간첩을 잡는 일과 대북 협상이라는 양극단의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17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는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의 위상과 역할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회의에 앞서 전략회의까지 열어 ‘임전태세’를 점검한 정형근(鄭亨根) 강창성(姜昌成) 김기춘(金淇春) 유흥수(柳興洙) 이윤성(李允盛)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임원장이 계속해서 대북 협상을 맡으려면 특사나 통일원장으로 가고, 국정원장직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선 임원장이 ‘대통령특보’ 자격으로 대북 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국정원장의 겸직금지를 규정한 국정원법 8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형근의원은 특히 “임원장이 김용순(金容淳)북한 대남담당비서의 카운터파트라고 하는데 ‘공작임무’를 수행하는 김비서를 남쪽에 초청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초청이 불가피했다면 협상만 하면 됐지, 제주도까지 김비서를 수행할 까닭이 있느냐”고 따졌다.

국정원측은 “임원장의 특보 자격은 대통령령에 따라 민간인을 특보로 임명하고 보수를 지급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대북 업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본연의 임무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당연한 조치로 법률 위반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국정원측은 또 “김용순비서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공개적으로 서울을 방문한 것인만큼 국정원장이 대통령특보 자격으로 북측 특사를 만나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밝혔다.

박상천(朴相千) 박상규(朴尙奎)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후락(李厚洛) 장세동(張世東) 서동권(徐東權)씨 등 역대 정권의 정보책임자들이 대북 특사 역할을 한 것은 북한 사정에 능통한 사람을 보내 대북 협상에서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임원장만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간첩 잡는 부서이기 때문에 대북 협상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국정원으로서는 우리 안보와 사회안정 측면에서도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또 “최근 2년간 국정원의 간첩 검거 실적이 있느냐”고 따지면서 대공수사기관으로서 국정원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서도 국정원측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국정원은 지금도 간첩 잡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