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십자-경의선 접촉 침묵…내부조율·인력난 때문인듯

  • 입력 2000년 9월 6일 18시 57분


적십자회담과 경의선 착공을 위한 실무위원회를 개최하자는 정부의 제안에 대해 북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적십자회담을 5일, 경의선 실무접촉을 7일 각각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갖자고 제의했지만 북측은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적십자회담의 경우 남측이 8월26일 제안했던 사안이지만 북측은 ‘연기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판문점 남북연락관 전화통화에서 북측연락관은 “상부에서 아무 얘기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북측의 답변 지연에 대해 정부당국자는 “2차 장관급회담(8월29일∼9월1일)에서 합의한 사안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북측으로서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적십자회담의 경우 2차 회담에서 다루기로 했던 ‘면회소 설치 운영’ 문제 외에 장관급회담 이후 △두차례 이산가족 추가 방문 △서신교환 등 의제가 늘어났기 때문에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과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를 미행정부의 ‘계산된 방해’로 받아들이는 북한으로서는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군 관할 아래 있는 판문점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

한편으로는 북한의 ‘인력난’도 제기된다. 대남 및 대외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통일전선부 등 회담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실제로 적십자회담 북측 단장이던 최승철 적십자회 중앙위상무위원은 평양 장관급회담에도 나와 하루종일 일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최근에는 비전향장기수 송환과 환영행사에 동원돼 그야말로 ‘파김치’가 됐을 것이라는 게 대북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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