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全大의미]청와대 '그늘'탈피 '홀로서기 '진입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35분


‘청와대의 부속물’이라는 극단적 폄훼의 소리까지 들었던 민주당이 30일 전당대회를 통해 자율체제로 ‘정상화’하는 첫발을 내디뎠다. 집권당 사상 처음으로 경선에 의해 지도부를 선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영훈(徐英勳)대표부터 “이제는 내 목소리를 내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에 의존했던 ‘과거’는 상당부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임기가 보장되는 선출직 최고위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 등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보폭도 관심사다.

경선을 통해 당내 세력 재편이 이뤄지면서 당을 움직이는 패러다임 자체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대표가 누구이든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을 좌장으로 하는 ‘단일 동교동계’가 당의 조직과 총무 라인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온 것이 사실.

그러나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경선 1위를 차지해 독자기반을 확보함으로써 동교동계 자체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한최고위원은 김중권(金重權)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 등과 연대축을 형성하고 있다. 서대표도 심정적으로 한최고위원과 가까운 사이. 여기에 권노갑최고위원이 이인제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 등과의 연대를 통해 대항축을 구축한 형국이다.

따라서 향후 두 연대축 간의 세 확보 경쟁과 ‘줄서기 움직임’이 예견된다. 과거 야당시절의 경험으로 볼 때 하위당직 인선 등 통상적인 당무는 두 연대축을 중심으로 ‘내 몫 찾기’ 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두가지 측면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감정싸움의 여진이 만만치 않은 터에 12명 최고위원 및 두 연대축 간의 주도권 다툼이 겹칠 경우 자칫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선과정에서 대권 예비주자군 간의 세력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현실에 비춰볼 때 ‘당의 활성화’가 김대통령의 통치권 누수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 공개적으로 대권 기치를 내걸었던 이인제최고위원이 한화갑최고위원에 비해 13% 이상의 큰 표차로 뒤진 만큼 당내 어느 누구도 당분간 김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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