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UN밀레니엄정상회의]南北 협력외교 사상 첫 시험대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22분


162개국의 국가원수와 정부 수반이 참석할 예정인 사상 최대의 정상회의인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9월6∼8일, 뉴욕)에서 남북한이 펼칠 외교가 국제적 관심거리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국제정치 무대에 나선다. 북한으로서는 비록 명목상의 국가원수(head of state)인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이 참석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진척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남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의장성명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는 ‘남북한 협력 외교’의 첫 실험대가 된다.

▽DJ의 다중 외교〓김대통령은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중국의 장쩌민(江澤民)주석, 일본의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4강의 정상과 국제무대에서 연쇄 회담을 갖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들 국가들과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들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정세를 설명하고 △남북한 관계개선 및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당부할 방침이다.

김대통령은 또 정상회의 첫 날인 6일 북의 김영남위원장과도 회담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전세계의 ‘국가 원수’가 모인 국제무대에서 북한과 남북문제를 협의하고 4강과 한반도문제를 논의하는 다중적이고도 입체적인 외교를 펼치게 된다.

▽남―북―미 3자회동 이뤄질까〓‘북한과 미국간의 만남이 있을 것인가, 있다면 어떤 형식이 될 것인가’는 이번 회의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들은 “비록 북―미간 관계 개선에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태지만 어떤 식으로든 양측간의 ‘만남’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몇가지 경우의 수를 들었다.

먼저 김영남위원장과 클린턴대통령의 ‘단독 회동’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론. ‘테러 지원국 해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국의 정상급간 회동은 시기상조라는 것.

김영남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간의 ‘양자 회담’ 가능성도 있으나 ‘외교의 격(格)’을 특히 따지는 북한의 자존심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남―북―미의 ‘3자회동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구상 마지막 냉전 지대인 한반도의 두 지도자 사이에 클린턴대통령이 서 있는 모습은 미국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