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뿐만이 아니다. 파행국회 마감과 함께 여야의원들의 본격적인 ‘해외 대탈출’이 시작됐다. 각 당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외유 예정을 밝힌 의원들은 약 50명. 미 공화당 전당대회, 상임위별 해외시찰 등 공식 외유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입법자료’ 수집차 출국한 사람까지 합치면 그 수는 크게 늘어난다.
해외 나들이에 나선 의원들이 국회사무처에 낸 국외활동 신고서에는 대부분 ‘의원외교’ 또는 ‘입법자료 수집’이란 명목이 붙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여름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매년 100명 이상씩 줄줄이 떠나는 외유가 모두 다 ‘의원외교’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96년 여름 여야 부총무단의 ‘호화쇼핑 외유’가 큰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세금으로 출국한 이들은 12일간의 일정으로 독일 핀란드 러시아 노르웨이를 방문했지만 실제 외교활동을 한 것은 러시아 하원 운영위원장을 2시간 동안 만난 것이 전부였다.
의원들의 입법자료 수집을 위한 상임위별 해외시찰이 휴가철인 여름에 몰려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외국의 고위관리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의원들의 요청과 압력에 대사관 직원들이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의원 외유에 동행한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의원들이 유럽에 갔을 때 방문국의 한 관리가 휴가 중인데도 그를 불러달라고 대사관 직원들을 다그쳐 무척 곤란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국회 사무처 국제협력국의 한 관계자는 “(외유 의원들은) 국회법상 귀국 후 20일 이내에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매년 수행원들을 시켜 작성한 부실 보고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양세진(楊世鎭)의정감시국 부장은 “의원들의 공식외유의 경우 방문단별로 항공료 및 체재비 등으로 5000여만원이 국회 예산에서 지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기국회 국정감사 때 의원들이 낸 보고서 등을 검토해 의원들의 여름철 외유의 허실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승훈·선대인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