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사청문회가 남긴 과제]'겉핥기 질의-불성실 답변'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26, 27일 이틀간 열린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대체로 ‘낙제점은 벗어났으나 기대에는 미흡한’ C급의 평점을 주었다.

헌정 사상 첫 시도로서 향후 제도 정착의 기반이 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운영과정의 시행착오나 미숙함 등 문제점을 적지 않게 노출됐다는 것이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대통령학)교수는 제도정착의 틀이 마련됐다는 점을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인신공격성 질문이 그리 많지 않았던 점 등은 앞으로 제도의 실질적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점수를 주었다.

다만 함교수는 이번 청문회가 미국 등의 인사청문회와 비교해볼 때 너무 ‘과거지향적’으로 흘렀다며 “앞으로 대법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어떤 철학과 방향을 갖고 일할 것인지 ‘공개적인 약속’을 받는 데 중점을 두는 미래지향적인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숙명여대 박재창(朴載昌·의회행정)교수는 특위위원이나 공직후보자들의 불성실한 질의 답변태도 등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교수는 “장황한 질문 후에 답변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무성의한 질의 태도, 후보자 감싸기에 나선 의원, 시종일관 부인과 회피로 일관하는 공직후보자의 태도가 모두 눈에 띄었다”고 꼬집었다.

박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시적 특위를 구성해 운영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분야별 전문지식과 축적된 정보에 기초한 청문이 불가능하다”며 청문회특위 상설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지적한 주요 내용은 △사전조사기간(10일)의 부족 △정부기관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 △공직후보자의 위증 등에 대한 제재 방안 미비 등 제도적 한계. 양세진(楊世鎭)참여연대 시민감시국 부장은 “이런 제도적 문제들이 정비되지 않는 한 이번처럼 공직후보자가 겉도는 답변을 태연자약하게 계속하는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총리서리를 당총재로 모시고 있는 자민련 의원이나 과거 ‘이한동계’로 분류됐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 특위 위원이 돼 질의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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