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위 첫날 표정]정상회담 "성공" "미흡" 입씨름

  • 입력 2000년 6월 21일 01시 15분


20일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상견례를 겸해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 의원들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13일 정상회담 기간중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순안공항 영접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내외신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던 양영식(梁榮植)차관이 이날 회의에서 “평양에서 내려온대로 그대로 발표했다”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아 정회가 선포되는 등 소동을 빚었다.

양차관의 답변에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김용갑(金容甲)의원은 “이건 중대한 문제다. 장관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차관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고 박장관에게 추궁했고, 박장관은 “내 성(姓)을 걸고 얘기하겠다. 절대 몰랐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양차관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임의적으로 할 수는 없다.(평양으로부터) 문서로 받았다”며 당시 평양 상황실장이었던 손인교(孫仁敎)남북회담 사무국장을 겨냥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문서가 있다면 지금 당장 내놓아라”고 몰아세우며 정회를 요구했다.

정회 소동은 결국 22일로 예정된 2차 전체회의에서 박장관이 경위를 설명하기로 하고 겨우 수습됐다.

이에 앞서 여야의원들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6·15 공동선언’ 5개항에 대한 질의를 벌였는데 시각차가 뚜렷했다.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조웅규(曺雄奎)의원 등은 “국군포로와 납북어부 생존자가 268명이나 북쪽에 있는데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느냐”고 물은 뒤 “납북어부나 국군포로들에 대한 애정이 없어 빠뜨린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박관용(朴寬用)의원은 “이번 회담을 보면 92년 남북기본합의서는 완전히 폐기된 채 오히려 북측이 강조해 온 ‘평화통일 3대원칙’만 부각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성호(金成鎬)의원은 “‘7·4’ 남북공동성명에는 ‘반외세’와 ‘자주’란 표현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북한의 입장인 ‘반외세’와 당사자 우선원칙을 강조한 우리측의 ‘자주’란 표현이 병기됐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이번 정상회담 합의문에 ‘자주’란 표현만 사용된 것은 오히려 우리측 원칙에 근접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낙연(李洛淵)의원은 “북측의 주장을 일정부분 수용한 것에 대해 따지는 경향이 있으나 역으로 북한이 우리의 주장을 수용한 것도 중시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북한을 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제하고 ‘왜 우리가 받아들였나’고 따지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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