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원 사과싸고 공방]與 “사과하려면 조건없이…”

  • 입력 1999년 11월 14일 22시 43분


‘빨치산 수법’운운한 발언으로 여권에 의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14일 “나의 발언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만약 김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느꼈다면 유감으로 얼마든지 사과한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존중하고 존경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여권의 ‘퇴출압박’에 초강수로 맞서왔던 기존 입장에 비춰볼 때 한 발 물러선 듯한 느낌이다.

정의원은 또 “(나의 발언이) 김대통령을 겨냥했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과잉충성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해 이번 파문의 책임을 일부 국민회의 인사들에게 돌렸다. 그는 그러나 당시 안기부와 검찰의 ‘서경원(徐敬元)전의원 밀입북사건’수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이에 대한 국민회의의 반응은 냉담했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과를 하려면 조건 없이 진실된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고 “‘대통령이 내 발언을 오해했다면 사과한다’는 식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의원은 4일 부산에서 열렸던 정부의 ‘언론장악음모’규탄집회에서 서경원 전의원 밀입북사건 당시(89년) 김대통령이 북한공작금 5만달러중 1만달러를 서전의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고 주장하고 “그런데도 자꾸 (나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것은 전형적인 공산당식 선전선동수법이자 빨치산식 수법”이라는 내용의 발언을 했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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