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향후 정국]與 패배 정국운영에 큰 부담

입력 1998-07-22 07:18수정 2009-09-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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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버금가는 열전을 벌인 ‘7·21’ 재보궐선거는 여당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이번 재보선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선거 시작 전부터 본래의 의미를 뛰어넘는 정치이벤트가 됐고 이에 따라 향후 정국의 풍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인식돼 왔다.

여기에는 50년만의 정권교체에 따른 새로운 정치지형이 채 자리잡지 못한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시기상의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이같은 기본성격 때문에 선거결과는 향후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승패 분기점인 4석 확보에 실패한 여당은 개혁추진과 국정장악에 상당부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여권은 수치상으로 볼 때 이번 선거결과가 결코 ‘패배’가 아닌 ‘선전’이라고 스스로 위안할 수도 있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원구성협상 및 정계개편과 관련된 원안(原案)의 관철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7·21’재보선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국정개혁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했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일 것 같다.

특히 경기 광명을에서 조세형(趙世衡)후보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당력을 쏟아부었던 지역에서 당의 대표가 고전한 것은 여권으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종로에서도 만일 야당이 중량급 인사를 후보로 냈다면 노무현(盧武鉉)후보의 당선이 어려웠을지 모른다. 정인봉(鄭寅鳳)후보의 선전이 이를 보여준다. 승리를 장담했던 경기 수원팔달에서 패배한 것도 충격적이다.

지난 ‘6·4’지방선거 때와는 사뭇 다른 이같은 결과는 현정권에 대한 민심의 이반현상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수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권은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를 기반으로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구상이었다. 15대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유리하게 마무리한 다음 한나라당의원의 대거영입을 통해 원내안정의석을 확보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이같은 의도가 차질을 빚게 됐을 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청사진의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국민회의의 경우 지도부 등 당체제의 전면적인 개편이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

이 와중에서도 자민련은 국민회의와 달리 적진인 부산 해운대―기장을에서 김동주(金東周)후보가 당선돼 나름대로 부산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의 전체적인 패배로 이것도 빛이 바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결과를 일단 단합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승리를 토대로 ‘8·31’전당대회를 앞둔 계파간 갈등요인을 최소화하고 강력한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내부결속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당권경쟁과정에서 계파간 대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텃밭’으로 인식돼왔던 부산에서의 패배는 당내 역학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여야는 당분간 소강상태 속에서 팽팽한 힘겨루기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나타난 저조한 투표율은 국민의 ‘정치혐오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금품선거 흑색선전 지역감정조장 등 불법 탈법선거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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