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戰 결산]후보간 흑색선전 극성…유권자들 냉담

  • 입력 1998년 6월 3일 19시 34분


3일로 ‘6·4’지방선거가 ‘열전(熱戰)16일’의 막을 내렸다. 각 후보진영과 시민들의 입을 통해 이번 선거전의 달라진 양상을 짚어봤다.

▼ 냉담한 유권자 ▼

선거전을 지켜본 유권자들의 반응은 과거 어느 선거보다 냉담했다. 유세장마다 1백명도 안되는 청중이 고작이었고 이 때문에 4일 투표율이 과연 50%를 넘을지도 미지수다.

“기껏 시장후보 이름만 알고 나머지 후보는 모두 유령인들이다. 구청장은 단독출마, 의원들은 나홀로선거다.”

지금껏 한번도 기권한 적이 없다는 광주의 장모씨(57·교사)부부의 혹평이다.

대학강사인 김모씨(34)도 “오히려 투표율이 과반수에 못미치는 최악의 선거가 되는 것이 정치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선거운동원도 “주민들에게 말 붙이기가 사실 너무 힘들었다”며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데 우리 말만 들어달라고 하기가 민망했다”고 토로했다.▼ 금권 관권선거 ▼

95년 6·27선거 때보다 금품 향응을 제공하는 금권선거나 노골적인 관권개입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

경기도의 경우 6·27선거때는 금품살포 및 음식물제공으로 인한 선거법 위반 사례가 모두 44건 적발됐으나 이번에는 22건에불과했다.관권선거시비도 그렇게 두드러진 사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경기도 선관위의 설명이다.

후보들도 대체로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를 내렸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금권시비가 계속됐다. 강원지사선거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춘천의 한 시의원은 3억∼4억원을 썼다고 들었다”면서 “선거에서도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 심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공무원 줄서기 ▼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 줄서기’나 ‘현직 프리미엄’ 등 음성적 관권개입이나 ‘관권―역(逆)관권’시비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전 현직의 대결이 많았던 제주의 경우 ‘공무원 편가르기’ 등 선거개입이 노골적이었다. 선거 막바지 일부 공무원은 관공서 주변 식당 등에서 특정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부탁하는 등 ‘충성경쟁’ 양상마저 나타났다.

또 경기 성남에서는 한 7급공무원이 시장후보 합동연설회에서 현시장 연설도중 청중에게 “박수를 크게 쳐라”고 독려하는 장면이 기동감찰반에 적발되기도 했다.

▼ 지역감정조장 상호비방 ▼

망국적인 지역감정 조장과 흑색선전은 어느때보다 극성을 부렸다. 난데없는 ‘출생지 논란’ ‘위장 무소속 논쟁’이 선거쟁점으로 부각되는 사태가 빈번했다.

경남 선관위 관계자는 “격전이 벌어진 지역에서는 상대방을 음해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권자들은 불신과 냉소를 보냈다. 경기은행 홍명희대리(38)는 “TV토론회에서 서로 헐뜯는데 혈안이 된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며 “지역을 대표할 사람이 한표 더 얻기 위해 할 말 안할 말 가리지 않는 모습에서 과연 투표를 해야할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 미디어선거 정책대결 부재 ▼

일부 광역단체장을 제외하고는 미디어선거는 전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토론시간대가 오전중이거나 늦은 밤에 잡힌 점도 있지만 TV토론에서 정책대결은 찾아볼 수 없고 상호비방으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또 일부 후보는 여성정책토론회 민주노총토론회 교육토론회 등 각종 시민단체의 후보자 초청토론회에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했다.

〈전국종합〓6·4선거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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