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경선이 끝난 지 20일이 지났는데도 일부 패배 후보들은 승자인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지원요청에 반응이 냉담하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협조의사를 밝힌 후보는 李壽成(이수성)고문과 金德龍(김덕룡) 崔秉烈(최병렬)의원 등이다.
李漢東(이한동)고문 李仁濟(이인제)경기도지사 朴燦鍾(박찬종)고문은 아예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 진영에서는 『경선패배에 따른 복잡한 심경이 쉽게 정리되지 않아 선뜻 이대표에게 다가설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정서상」의 문제를 이유로 든다. 그러나 실제 「속내」는 다른 것 같다.
이들 진영에서는 경선 직후 불거진 이대표 두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으로 이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세를 보이는 점을 거론하면서 『좀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이들 진영에서 나오는 대선전망 속에는 더 나아가 『이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계속 하락하다가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간다면 어떻게 하느냐』는 소리도 섞여든다.
겉으로는 「걱정」을 앞세우는 얘기이긴 하지만 이면에는 「혹시나」하는 기대도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 이대표가 예전의 지지도를 계속 회복하지 못할 경우 대선 상황에 다른 변수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고, 따라서 그런 상황에까지 대비해 현재의 처신을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들이다.
이들 진영에서 나오는 『병역문제를 지역 유권자들에게 납득시킬 자신이 없다』 『결국 이대표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입장 표명을 유보하자』는 등의 목소리도 같은 맥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대표측은 물론 야속해한다. 그러면서도 시기의 문제이지 결국은 대부분 대선캠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지금은 보채지도, 원망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또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의 의견 및 행동 조율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상황을 쉽게 보는 건 아니다. 특히 이한동고문이나 박고문의 경우 이대표는 물론 김대통령에 대한 「원망」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반(反) 이대표」 진영의 입장정리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