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은 1일 열린 「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에서 당내 경선논란 등 최근 정국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밝혔다. 이대표는 그러나 토론자로 나온 金榮作(김영작)국민대교수 金珉煥(김민환)고려대교수 등으로부터 대답하기 거북한 「송곳질문」을 받고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자는 두 김교수 외에 李軫周(이진주)생산기술연구원장 盧慶秀(노경수)서울대행정대학원교수 李啓卿(이계경)여성신문발행인 등이었다.
○…이대표는 『지난 94년 총리에서 물러난 뒤 「다시는 공직에 취임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당대표위원에 취임했다. 이대표의 대표직 수락 배경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차기 후보로 밀어주겠다는 언질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밀약은 없었다. 아무런 약속도 없었다』고 간단히 대답.
또 『여당내 다른 대선주자측에서 조기경선론은 이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고는 『조기경선이 과연 내게 유리한 지 알지 못한다. 경선의 적정시기를 검토하는 문제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대답. 이대표는 그러나 곧이어 『야당이 5, 6월에 전당대회를 여는데, 여당이 너무 오랫동안 열지 않으면 부담이 된다. 내 개인 차원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너무 뒤로 가면 좋지 않다』고 밝혀 조기경선 방침이 이미 서 있음을 강력히 시사.
○…이날 김민환교수는 『「대나무는 깨끗한 곳에서 자라지 않는다」는 말처럼 「대쪽」인 이대표가 몸담고 있는 당은 깨끗한 것 같지 않다. 특히 이대표의 최측근인 河舜鳳(하순봉)비서실장이 한보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교체할 생각이 없는가』고 물어 이대표와 배석했던 하실장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에 이대표는 『한보사건이 끝나면 당 차원에서 조치하겠다』고 원칙적인 답변을 하며 그냥 넘어 가려하자 김교수가 『하실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고 다그치자 곤혹스런 표정으로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라고 얼버무리기도.
○…이대표는 『대법관으로 계실때까지는 고향을 서울로 썼는데 요즘은 충남 예산을 고향이라고 하는데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래 충남 예산이 고향인데 호적은 서울 종로구로 돼 있다. 호적대로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
그러자 김영작교수가 『지난달 29일 충남예산 연설에서는 예산이 고향임을 주장하면서 지역주의 타파를 역설해 다소 이해되지 않았다』고 추궁하자 『고향에 대한 애향심을 가져야 하지만 정치에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알듯 모를듯한 대답을 해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이대표는 이날 대북문제에 대해서는 질문의 핵심을 잡지 못해 『대북문제는 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이대표는 향후 대북정책의 기조를 묻는 토론자들의 질문에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북한체제를 더욱 지속시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조기붕괴를 촉진할 수도 있다』고 애매하게 대답.
〈박제균·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