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파문/사정한파]영장에 정치권의혹 명시 『긴장』

  • 입력 1997년 1월 28일 20시 25분


한보특혜 사건 수사로 인해 멀지않아 여야 정치권에 「사정한파」가 몰아칠 조짐이다. 검찰은 28일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의 자택 등 21곳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서 「(정회장의) 정치권에 대한 금품제공 의혹」을 명시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초기단계부터 정치권에 대한 금품제공 의혹을 압수수색의 목적으로 명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앞서 崔炳國(최병국)대검중수부장도 27일 『범죄혐의가 있으면 정치권이든 금융권이든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혀 정치권에 대한 비리수사가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내부에서도 이번 한보사건 수사의 경우 『무언가 심상찮은 기운이 감지된다』는 의견이 많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잡음이나 로비가 뒤따를 가능성이 많아 은밀하게 진행하는 「밀행수사」가 원칙이다. 그런데도 이번 한보수사에서 검찰은 「숨겨야 할 칼날」을 굳이 드러내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런 점은 정치권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이 엄포성보다는 대대적인 사정의 예고편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 관계자들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야권의 공세에 청와대측이 발끈한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성격과 스타일로 봐서 차제에 정치권에 대한 철저한 사정으로 기선을 제압해 나가면서 사태의 주도권을 장악할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수사결과 금품을 받은 정치인이 나오면 여야 구별없이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들이다. 정치권에 사정태풍이 불어닥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이고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먼저 검찰 관계자들은 한보특혜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정치인들을 향해 칼을 뽑더라도 그 시기는 이번 수사의 마지막 단계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왜냐하면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른 한보특혜 의혹의 핵심배후를 가려내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인들만 칠 경우 오히려 「희생양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 한보의 정총회장은 「로비의 귀재」에 손이 큰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정총회장의 로비대상이 된 정치인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며 주고받은 돈도 보통 액수가 아닐 것이란 짐작들이 무성하다. 따라서 사법처리될 여야정치인 수가 수서사건 때 구속된 의원(5명)보다 많을 것이란 성급한 추측도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정가 등에서는 「한보리스트」가 나돌고 있으며 평소 정총회장과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여야의원이 20여명이 넘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명되고 있다. 6공때인 지난 91년 수서사건 때는 한보 정총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여야의원 5명이 구속됐었다. 검찰은 앞으로 국회 속기록을 입수해 통상위 재경위 건교위 소속의원들의 국회상임위 국감 때의 발언 등을 분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로비의 귀재인 정총회장이 철저하게 돈세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그가 입을 열지않으면 수사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총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장부를 검찰이 입수하지 못할 경우 정총회장이 얼마나 입을 여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정치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崔英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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