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前美핵대사 인터뷰]美,「남-북 직접교섭틀」불변

  • 입력 1997년 1월 8일 20시 18분


「대담=이낙연 정치부차장」 <북한과의 제네바 핵협상에서 미국 수석대표로 일했고 그후에는 핵대사로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이끌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관계대학원장(51)이 서울에 왔다. 조지타운대 한국동창회(회장 金錫東·김석동 쌍용투자증권사장) 주최로 10일 오후3시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 「남북관계의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하기 위해서다. 서울도착 직후인 7일 밤 그를 만났다.> ―제네바 핵합의 이후에도 북한은 지난해 잠수함사건을 일으켰다. 제네바 합의는 잘 이행되고 있는가.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은 제네바합의에 상당히 순응해 왔다. 재처리시설의 가동을 중지하고 사용된 핵연료를 봉인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모두 따른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한 것을 나는 가장 우려한다. 제네바협상에서 내가 기대한 것은 한반도 긴장완화였으나 그 기대는 현재까지 충족되지 않았다. 잠수함사건이 하나의 예다』 ▼ 한국입장 굽히지 말아야 ▼ ―작년말 북한은 잠수함사건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했으나 잠수함사건 때의 『천배 백배 보복하겠다』는 위협을 없애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에 들어갈 KEDO요원들의 신변안전은 아직 보장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은가. 약 50억달러가 드는 대북 경수로공급 사업에서 韓美日(한미일) 3국의 타협이 잘 되겠는가. 미국은 한푼도 안내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KEDO의 한미일 기술자들이 안전한 지역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조건을 사업시작 전에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으로서 나는 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나는 북한이 호전적 행위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알고 있다. 북한과는 계약서의 내용 그대로를 믿어서는 안된다. 경수로 사업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40억∼50억달러가 드는 경수로건설, 또 하나는 북한이 핵에너지를 얻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연간 5천만달러 가량의 중유제공이다. 경수로건설에서는 한국이 주계약자다. 그러므로 한국이 대부분을, 그리고 일본이 상당한 정도를 부담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유제공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잠수함사건 사과이후 북한과 미국의 접근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금년안에 평양주재 미국연락사무소가 개설되리라는 전망이 한국에는 많은데 어떤가. 『사과 이전보다는 나아졌겠지만 그것은관계개선이라기보다기술적 진전(Technical Improvement)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이 한국과의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연락사무소는 내가 아니라 북한이 대답해야 할 문제다. 미국은 1년이상 준비해왔다. 처음에는 북한이 열의를 보였으나 구체적 문제의 협상에 들어가면서 북한이 동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연락사무소의 연내개설여부는 대답하기 어렵다. 북한이 동의한다면 언제든지 개설될 수 있다. 미국은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은 미국 일본과만 접촉하고 한국정부와는 대화하지 않는 「남한배제정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의 대북접근에서 한국만 도외시되지 않느냐 하는 문제로 한국은 일종의 혼란을 겪고 있다. 『옳은 지적이다. 북한의 외교전략은 대미관계 설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한국정부에 권하고싶은것은북한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입장이기도 하다. 미국은 평화협정체결을 위해 협상하자는 북한의 제의를 거절해 왔다. 4자회담 제의도 북한을 한국과의 대화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남한배제정책」에도 불구, 북한은 4자회담을 위한 3자 설명회를 수용했다. 따라서 북한이 설명회에만 참여하고 더 이상은 한국과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4자회담은 열릴 것인가. 『3자 설명회가 4자회담으로까지 진전되지 않고 좌절될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중요한 것은 발전을 위한 올바른 길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제는 한미양국정부가 다음 대책을 조정해가면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가는 일이 중요하다』 ▼ 한미일 전략적차이 없어 ▼ ―제네바협상 때도, 그 이후에도 한국 미국 일본 사이에는 북한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차이는 전략적인 것이 아니고 전술적인 것이다. 그것은 미국정부 내부에도 있다. 정책결정과정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그것이 절충과 타협을 거쳐 정리된 입장으로 된다. 한미일 사이에 전략적 차이는 없다.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북한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느냐는 작전의 차이다』 그는 조지타운대 동문 및 한국정부와 경제계의 지인(知人)들을 만나고 11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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