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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박희창]세금, 조직 못 지킨 채… 임기 신기록 세운 부총리

입력 2022-01-20 03:00업데이트 2022-01-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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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두 달 만에 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한 이유도 ‘세수 예측 실패’로 지난해 11월과 같다. 정부는 2021년도 국세 수입 전망치를 지난해 7, 11월 두 차례 고쳤다.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이달 13일 정부는 다시 지난해 세수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2021년도 예산을 짠 뒤 세 번째 수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에 세수 전망치에서 오차가 날 수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정부는 이미 그해 1월에서 9월까지 걷힌 세금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전망치를 고쳤다. 그런데 그 숫자마저 크게 틀렸던 것이다.

정부는 예상보다 경제 회복세가 강해 세금이 더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제시했다가 6개월 뒤 4.0%로 낮췄다. 성장률 전망치가 뒷걸음질쳤는데 ‘경제 회복세가 강했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처음 2021년도 예산을 짤 때 예상한 세수보다 더 걷힌 세금은 약 60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매달 5조 원가량의 원천세가 들어왔다. 급여, 사업소득, 이자소득 등에서 떼는 세금 1년 치가 더 걷힌 셈이다. 오차율은 20%가 넘어 1990년(19.6%) 이후 가장 큰 폭의 세수 오차다.

세수 예측 실패로 발생한 많은 초과세수는 결국 정치권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밀어붙일 빌미를 줬다. 1월에 추경을 편성하는 건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 더 많이 들어온 세금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지원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4월 예산 결산 전에는 초과세수를 쓸 수 없다. 추경 재원 대부분은 적자국채로 충당해야 한다. 올해 국민 한 사람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2000만 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10조 원가량의 나랏빚이 더 얹어지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14일 추경 편성을 발표하며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를 신속하게 환류한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이 됐다”고 했다. 적자국채로 빚을 내 추경 재원으로 쓰지만 4월에 초과세수를 쓸 수 있게 되면 빚을 갚겠다는 의미로 이해됐다.

그러나 3일 뒤 그는 “초과세수는 부채 갚는 데 쓸 수도 있고, 새 추경 하는 데 쓸 수도 있다.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나라 곳간을 책임진 이로서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선이 끝난 뒤 또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여지마저 던져줬다.

홍 부총리는 20일 재직 1137일을 맞았다. 기재부 역대 최장수 장관이다. 관가에선 대선 이후 어떤 형태로든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 후보는 기재부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최장수 경제 사령탑의 마지막에 ‘역대급 세수 추계 실패’와 ‘조직 해체론’이 남는 건 아이러니다.―세종에서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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