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조순학파’ 남긴 ‘포청천’ 서울시장한국 경제학계의 거두(巨頭)이자 관료, 정치인으로 큰 족적을 남긴 조순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2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노태우 정부 시절(1988∼1993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고,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서울시장에 당선돼 행정가로 변신했다. 시장 재임 후에는 한나라당 초대 총재를 맡았다. 1928년 강원 강릉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교수로 일했다. 고인은 ‘조순학파’로 일컬어질 정도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며 한국 경제학계에 획을 그었다. 1974년 케인스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교과서인 ‘경제학원론’을 펴냈다. 이 책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영식 서울대 교수 등이 차례로 개정판에 공동저자로 참여하면서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제학의 대표적인 교과서로 꼽힌다. 평생 학자로 살 것 같았던 고인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현실 참여형 학자’로 변신했다. 육사 영어 제자였던 노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88년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았다. 1992년부터 1년간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를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다가 사표를 냈다. 이후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대쪽 학자’ 이미지를 갖게 됐다. 정계에 발을 디딘 것은 1993년 당시 아태평화재단 김대중 이사장의 권유였다. 재단 자문위원을 맡아 활동한 고인은 이후 민주당에 입당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 1995년 첫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첫 출근길에 종로구 혜화동 공관에서 시청까지 버스를 타는 등 ‘소통’을 강조했다. 당시 아스팔트로 덮여 있던 여의도광장을 나무가 우거진 여의도공원으로 조성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시장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두고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로 영입돼 대권에 도전했지만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전격 단일화하면서 완주하진 못했다. 그 대신 초대 한나라당 총재를 맡았다. 한나라당이라는 이름도 그가 직접 지은 것이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국민당 대표로 총선을 지휘했지만 선거 참패 후 정계를 떠났다. 많은 이들이 그의 길고 빽빽한 흰 눈썹과 번뜩이는 눈빛을 기억한다. 누군가는 그런 그를 일컬어 ‘백미(白眉·여러 사람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라고 했고, 판관포청천이라는 대만 드라마가 한창 인기일 때는 ‘서울 포청천’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하얀 눈썹을 휘날리며 산행을 즐겨 ‘산신령’이라고도 했다. 그는 산신령이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했다. 2017년 구순을 맞은 고인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쓴 ‘노회(老懷)’라는 제목의 한시(漢詩)를 들려줬다. ‘평생의 내 구상 아주 공허한 것은 아냐(平生構想未全空)/운에 따라 작은 기회에 우연히 적중한 것도 있다네(隨運微機遇適中)/구십을 바라보며 몸은 늙어도 본성은 그대로 남아(望九老身留本性)/해가 가도 하루 일과는 젊을 때와 같구나(年重日課少時同).’ 나이가 들었음에도 항상 젊을 때처럼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빈소를 직접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조순 전 부총리는 학자로서, 공직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우리나라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이라고 말했다. 빈소에서 유족 곁을 지킨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올해 5월 내놓은 책 ‘나의 스승, 나의 인생’에서 “90세가 훨씬 넘으셨으나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가 많다. 아무리 써도 고갈되지 않는 용지불갈(用之不渴)이라고나 할까. 우리에게도 항상 용지불갈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다”고 적었다. 부총리 재직 때 비서관이었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빈소를 찾아 “매사에 사사로움 없이 사안을 판단하시고 우리 경제가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고 올바르게 갈 수 있을지 늘 고민하셨다”고 회고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발인은 25일 오전, 장지는 강원 강릉시 선영. 유족으로는 부인 김남희 씨(92)와 장남 기송 전 강원랜드 대표와 준, 건, 승주 씨가 있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2022-06-24 03:00 
전월세 5%내로 올린 집주인, 2년 실거주 안해도 양도세 비과세《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과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을 담은 6·21부동산대책을 21일 발표했다. 새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문재인 정부 때 시장 왜곡을 초래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전월세 대책으로는 전월세 가격을 5% 이내로 올리는 집주인(상생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가격 급등을 억제하고, 월세 세액공제율을 높여 세입자 부담을 더는 방안이 추진된다.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는 7월 계약갱신요구권을 이미 사용한 세입자들이 시장에 나오기 전 법 개정 없이 시행해 ‘8월 전세대란’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장 정상화의 첫걸음이지만 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 3법을 수정·개편하는 등의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전월세 대책에서 크게 바뀌는 부분을 정리했다.》 집주인-세입자 Q&A―가장 핵심인 상생임대인 지원 제도는 기존과 어떻게 달라지나. “기존에는 전월세 계약 당시에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인 1주택을 보유한 집주인이 상생계약(5% 이내로 임대료를 올린 전월세 계약)을 맺으면 상생임대인으로 인정됐다. 이번에는 주택 가격 요건이 없어졌다. 기존에는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한 실거주 요건을 2년에서 1년으로 완화했는데, 이번에는 실거주 요건을 아예 면제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한 실거주 요건도 없어졌다.” ―이번 상생임대인 확대 방안 적용 대상은…. “상생임대인 제도가 시작된 2021년 12월 20일부터 2024년 12월 31일 이내 체결한 계약이 대상이다. 기존에 상생임대인 혜택을 받던 이들도 확대된 혜택을 받는다. 이번 대책 발표 전 상생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 기간 내 재계약하며 상생계약을 맺으면 혜택을 받는다.” ―갱신 계약만 적용되나. “아니다.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을 때도 직전 세입자 전월세 가격의 5% 이내로 인상해 계약하면 상생임대인으로 인정받는다.” ―다주택자도 상생임대인이 될 수 있나. “계약 시점엔 다주택자였던 집주인도 집을 팔고 1주택자 전환 계획이 있다면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2채를 보유한 경우 임대를 주고 있는 한 채를 상생계약하면 해당 집을 팔 때 실거주하지 않아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3주택자라면 임대를 준 2채 중 첫 번째 집을 팔 때는 혜택을 못 받고, 집 2채를 처분한 뒤 1주택자가 되면 혜택을 받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반드시 전입·실거주해야 하는 규제도 완화되는데…. “기존엔 규제지역에서 주담대를 받아 주택을 사면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으로 전입해야 했다. 이번 대책으로 기존 주택은 2년 내에만 팔면 되도록 완화된다. 전입 의무는 폐지됐다. 또 전세로 거주 중인 1주택자의 보유 주택이 9억 원이 넘어도 기존 전세대출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월세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입자에게 직접 주는 혜택은…. “연말에 받는 월세 세액공제율을 최고 15%까지 높여준다. 정부는 올해 안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올해 월세액부터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전월세 보증금 대출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도 3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늘어난다.” ―금리가 올라 전세대출 부담이 크다. 관련 대책은 없나. “계약갱신요구권을 소진한 세입자 중 향후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버팀목 전세대출 요건이 완화되고 대상도 확대된다. 서민 세입자(만 34세 이하,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는 수도권 기준 보증금 최고 4억5000만 원에 최대 1억8000만 원까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공시가 10억원 집 상속해 2주택 됐다면 종부세 2144만원 → 300만원으로 줄어 일시적 2주택자 Q&A지방 공시가 3억이하 집, 주택수 제외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 11억→14억올해 한시적으로 ‘특별공제’ 혜택野 협조없인 종부세법 개정 어려워 정부가 21일 내놓은 ‘3분기(7∼9월)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에는 이사와 상속 등의 이유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감면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지나친 종부세 중과 사례로 지적됐던 지방 저가주택 매수의 경우에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 종부세 부과 개편안을 Q&A로 알아본다. ―갑작스럽게 주택 1채를 상속받아 2주택자가 됐다. 종부세 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나. “조정대상지역에서 5년 동안 집(공시가격 15억 원)을 보유해 온 사람(만 65세)이 같은 지역에서 집 1채(공시가격 10억 원)를 상속받았다고 가정하자. 지금까지는 2주택자에 해당돼 2144만 원의 종부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개편안을 적용하면 종부세가 대폭 줄어들어 300만 원을 내면 된다.” ―상속자는 평생 1주택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주택 가격과 지분에 따라 기간이 다르다. 공시가격 6억 원(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주택이거나, 40% 이하 지분을 가진 경우에는 기한 제한 없이 1주택자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이보다 비싼 주택이나, 더 많은 지분을 상속받았다면 5년 동안만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홀로 계신 어머니를 위해 군 단위 시골에 공시가격 1억 원짜리 주택을 추가로 샀다. 2주택자가 됐는데, 종부세 감면을 받을 수 있나. “그렇다. 지금 1주택자라 하더라도 수도권과 세종시, 광역시가 아닌 곳에 공시가격 3억 원 이하 주택을 산다면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다만 종부세를 계산할 때 이용하는 과세표준에는 합산하기 때문에 기존 주택 가격에 따라 부담하는 세율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집을 매수해 ‘갈아타기’ 하려는 1주택자다. 어떻게 해야 종부세를 감면받을 수 있나. “다른 주택을 산 뒤 2년 내에 이전 주택을 팔면 된다. 그렇게 할 계획이라면 9월 16∼30일 국세청에 종부세 합산배제신고를 해야 한다.”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양도하면 종부세를 얼마나 줄일 수 있나. “조정대상지역에서 5년간 집(공시가 15억 원)을 보유했고, 만 65세로 고령자 공제를 받는 사람이라고 치자. 같은 지역에서 같은 가격의 집을 샀고, 2년 내 기존 주택을 팔았다면 427만 원의 종부세만 내면 된다. 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3254만 원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 ―6월 말에 다른 주택을 매수해 2주택자가 됐고, 올해 말에 기존 집을 팔 계획이다. 그럼 올해와 내년 모두 종부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나.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매기고, 12월에 종부세를 실제로 낸다. 올해 기준일 당시 1주택자였기 때문에 올해 종부세는 1주택자 기준으로 낸다. 또 2년 내 기존 주택을 판다면 내년 12월 종부세를 낼 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기존 주택을 2년 이내에 처분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감면받은 종부세와 이자 가산액을 모두 내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에게 주어지는 종부세 혜택도 있나. “있다. 올해 한시적으로 ‘특별공제 3억 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기준 공시가격이 현행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공시가격이 13억 원이라면 올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나. “국회에서 종부세법이 개정된다면 그렇다. 정부는 올 11월 종부세 고지부터 적용하기 위해 3분기에 법 개정을 추진한다.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2022-06-22 03:00 “낱개로 팝니다”… 대형마트 오늘부터 “필요한 만큼만”20일부터 전국 5개 대형마트에서 양파, 감자, 당근, 무, 파프리카 등 농산물을 낱개로 필요한 만큼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GS더프레시 등과 협력해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를 전국적으로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나머지 대형마트들은 전국 모든 점포에서 낱개 구입이 가능하다. 농협하나로유통은 748개 점포가 참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면서 농산물을 소량, 낱개 단위로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었지만 대부분의 마트에서 여러 개가 묶음 포장된 형태로 판매돼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고,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구매하는 등 가계에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2022-06-20 03:00 
1주택 종부세, 14억까지 비과세… 법인세율 25% → 22%로법인세 최고세율이 5년 만에 22%로 낮아진다. 공시가격 14억 원 이하인 집 한 채를 갖고 있다면 올해 종합부동산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됐다. 4단계로 늘었던 법인세 과표 구간도 2, 3개로 줄인다. 추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세수 기반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에 한해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에 특별공제 3억 원을 도입하기로 했다. 과세 기준금액이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올해 8월 말까지 국회에서 법이 개정돼야 한다. 정부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대폭 낮춰 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줄인다.규제 신설땐 기존 규제 2배 폐지… “정부 대신 민간주도 경제성장” 법인세율 줄여 투자-고용 촉진과표 구간도 2, 3단계로 줄이기로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도 폐지尹 “그림자 규제 모조리 걷어낼 것” 부처-지자체 ‘덩어리 규제’ 원샷 해결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표 구간을 단순화해 기업 세 부담을 낮춘다. 규제를 신설할 때는 기존 규제의 두 배가량을 폐지하는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 룰을 도입한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형벌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도 개선한다. 16일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정책방향은 이처럼 ‘민간 주도 성장’ 방침을 담았다. 기업들을 옥죄는 세금과 규제를 덜어줘 정부가 아닌 시장이 이끄는 성장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윤 정부의 경제정책 ‘Y노믹스’는 소득 주도 성장 등 정부 주도의 분배정책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와 차이를 보였다. ○ 법인세 줄여 투자·고용 촉진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고 과표 구간은 2, 3개로 줄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고, ‘3000억 원 초과 기준’을 신설한 바 있다. 법인세율이 문 정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업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로 지적됐던 투자상생협력촉진 과세특례제도(기업소득환류세제)는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면 연장 없이 폐지한다. 이는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투자, 임금 확대, 상생 지원에 사용하지 않으면 법인세를 물리는 제도다. 기업이 해외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더라도 현지에서 법인세를 부담하면 국내에서 추가로 세금을 내지 않는 ‘원천지주의’도 도입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지금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한국에 송금하려 하지 않는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1개 국가가 이미 원천지주의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법인세 실효세율이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기업이 투자와 고용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인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대기업 위주로 감면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 감면은 이익을 많이 낸 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어 부자 감세 측면이 있다”며 “기업에 줄여준 세금을 다른 부문에서 걷는다면 또 다른 부담이 되므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기업에 대한 감세정책은 오히려 증세와 세수 기반 확보를 위한 장치”라며 “부자 감세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尹 “그림자 규제 모조리 걷어낼 것”정부는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도 나서기로 했다. 다수 부처와 지자체가 얽힌 이른바 ‘덩어리 규제’를 발굴해 통합 정비하는 ‘규제 원샷해결’ 제도를 도입한다. 규제 신설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인, 투아웃’ 룰도 시행한다. 규제 대상이 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기준도 올려 규제 기업을 줄인다. 그간 경제규모가 성장한 만큼 독과점 기업의 기준이 되는 매출·구매액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제정책방향 발표회의에서 “민간의 혁신과 신사업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관행적인 ‘그림자 규제’를 모조리 걷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이나 상법 등 경제 관련 법령을 전수조사해 형벌 합리화도 추진한다. 지나친 형량이나 요건이 불명확한 제재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2022-06-17 03:00 
내달 美금리 2.5% > 韓 2.25%… 한은, 빅스텝 밟아도 역전 가능성윤석열 정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복원’을 전면에 내세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처음으로 내놨다. 경제 운용 기조가 문재인 정부의 ‘정부 주도 성장’에서 ‘민간 주도 성장’으로 완전히 바뀐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가운데 복합 위기와 장기적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전면적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서 “어려울수록, 또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 주도, 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경제정책 ‘Y노믹스’가 담긴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규제 개혁과 세금 부담 완화다. 윤 대통령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녹록지 않은 경제 현실을 반영해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제시한 3.1%에서 2.6%로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2.2%)의 2배 이상인 4.7%로 올려 잡았다. 미국도 15일(현지 시간) 경제 전망을 대폭 수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월에 내놓은 2.8%에서 1.7%로 1%포인트 넘게 낮췄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3%에서 5.2%로 크게 올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는 더욱 커졌다. 연준은 다음 달에도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다음 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다음 회의에서도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1.75%)이 같아진 만큼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한미 금리 역전→자본유출’ 우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데다 향후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면서 당장 다음 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국인 투자금이 유출돼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다음 달 사상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금리를 올리면 19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커지고 경기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금리 격차보다 시장 영향 보겠다”미 연준이 14, 15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1.0%에서 1.5∼1.75%로 올린 데 따라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상단이 같아졌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다음 달 26, 27일 FOMC에서도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할 뜻을 밝혔다. 이 경우 기준금리 상단이 2.25% 또는 2.5%로 치솟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정하는 다음 금통위는 7월 13일이다. 한은이 현재 연 1.75%에서 0.25%포인트만 인상하면 7월 말 금리가 역전된다. 한은이 사상 첫 빅스텝에 나서고 미 연준도 0.5%포인트만 올려야 금리 상단이 같게 유지된다. 이 총재는 16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가 끝난 뒤 ‘7월 빅스텝을 단행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 금통위까지 3, 4주 남아있어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외환시장, 채권시장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JP모건은 15일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 10, 11월 기준금리를 0.25%씩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한은이 올해 남은 4번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봤다. ○ 추경호 “물가 안정 가장 시급한 현안”과거 금리 역전이 대규모 자본 유출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앞서 한미 금리가 역전된 시기는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이다. 이 시기 주식과 채권을 합쳐 외국인 자금은 순유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16일 원-달러 환율(1285.6원)은 1년 전보다 15.1%(168.4원)나 올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한국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이 떠나지 않으려면 원화 가치가 높거나 국내 주가가 양호하게 가는 등 투자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 압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면 다시 환율이 오르고 수입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기도 어렵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와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취약차주와 한계기업들의 부실 위험성도 커진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한은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수하고도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물가와 경기를 면밀히 살펴가며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은 16일 오전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이창용 한은 총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이 처음 모였다. 추 부총리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인식 아래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며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유지하고 채권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정부의 긴급 바이백(국채 조기 상환),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2022-06-17 03:00 
규제에 묶인 한국 경제… 국가경쟁력 4계단 추락미국발 고강도 긴축 우려로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내우외환 속에 한국의 국가경쟁력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 경제가 기초 체력까지 약해져 장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릴 구조 및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2022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63개국 가운데 27위라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4계단 떨어졌다. 하락 폭은 2016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분야별로는 기업 효율성이 27위에서 33위로 6계단 떨어져 가장 크게 하락했다. 국내 경제, 무역, 투자, 고용 등을 평가하는 경제 성과는 18위에서 22위로 4계단, 정부 효율성은 34위에서 36위로 2계단 떨어졌다. 기술·과학·보건·환경 등 인프라 부문만 17위에서 16위로 유일하게 한 계단 올랐다. 기업 효율성 분야에선 경영 활동, 생산성, 노동시장 등 대부분의 순위가 하락했다. 경영 활동 순위가 8계단 떨어져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부 효율성 분야에선 재정 순위가 26위에서 32위로 6계단 떨어졌다. 재정 분야 중 ‘미래에 연금이 잘 적립되는 정도’는 15계단이나 떨어진 50위였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여건이 악화된 만큼 다방면에서 구조 및 규제 개혁을 미루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업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감세를 추진하면서 세수가 줄 것에 대비해 재정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시장이 진취적이고 역동성 있게 움직이도록 규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규제 탓 생산성 저하, 돈풀기로 재정 악화… 경쟁력 끌어내려 국가경쟁력 27위, 1년새 4계단 하락… 기업 효율성 27위서 33위로 추락노동시장-인재유치 항목 하락 원인… 기업 대응력 35위, 15계단이나 하락“신산업 규제 풀어야 시장 선점”… 재정지출 늘어 정부 효율성도 뚝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크게 후퇴한 이유는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들이 많아 기업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재정 지출이 급격히 늘며 재정이 악화된 영향도 작용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구조는 급변하고 있지만 연금 개혁이 미뤄지며 정부의 대응 능력이 약해진 점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기업들, 규제 탓에 인재 유치 못 해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63개국 가운데 27위로, 3년 만에 순위가 하락했다.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부분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번 평가는 2022년 3∼5월 세계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해당 국가의 2021년 계량지표를 통해 도출됐다. 한국은 기업 효율성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생산성과 노동시장, 경영 활동 등을 종합한 기업 효율성은 지난해 27위에서 올해 33위로 1년 만에 6계단 추락했다. 그중에서도 노동시장 순위가 37위에서 42위로 5계단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인재 유치 우선도’는 6위에서 18위로 12계단이나 미끄러졌다. 기업들이 노동 규제로 인재를 적극 유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에선 기업 효율성을 높이는 최우선 요건으로 노동 규제 완화를 꼽는다. 노동 시장 규제가 지나치게 경직적이어서 소모적인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제시한 개선 방안의 핵심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 △특별 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고소득·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면제 제도 도입 △재량 근로시간제 개선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 등 5가지다. 경영 활동 가운데 ‘기업의 기회와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정도’는 20위에서 35위로 15계단 떨어졌다.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면 신산업 규제가 대폭 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업이나 신산업 투자 같은 ‘기업가 정신 공유도’는 35위에서 50위로 급락했다.○ 정부 정책, 경제 변화 못 따라가한국의 정부 효율성이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6위로 떨어진 건 급격히 늘어난 재정 지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확대는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올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요구로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는 당초 정부안보다 불어났다. 게다가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대응 지출을 줄이는 동안 정부는 올해 들어 2번의 추경을 편성했다. ‘정부 정책의 경제 변화 적응도’는 43위에서 46위로 하락했다. 정부의 규제나 정책 역시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 위기는 지난해 이미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 때 예견할 수 있었다”며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등 미리 위기에 대비했어야 했다”고 평했다. 한편 지난해 3위였던 덴마크는 이번에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라이벌로 꼽혔던 아시아 신흥국들은 대다수 한국을 크게 앞섰다. 싱가포르가 3위, 홍콩이 5위, 대만이 7위를 점했다. 미국은 지난해와 같은 10위를 유지했고 중국은 지난해 16위에서 17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일본은 31위에서 34위로 내려섰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2022-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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