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박희창 동아일보 경제부 박희창 기자 공유하기

안녕하세요. 박희창 기자입니다.

최신 순
[광화문에서/박희창]2030 개미 표심 잡기…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원칙1400만 ‘개미’ 표심을 잡기 위한 대통령실과 정부의 발걸음이 바쁘다.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 이튿날 전격 시행한 데 이어 이젠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를 검토 중이다. 주식으로 번 돈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바꿔 초고액 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에게는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주식 한 종목을 10억 원 넘게 갖고 있거나 지분이 일정 수준(코스피는 1%) 이상이면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낸다. 주식 양도세 완화는 이미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 담겼던 사항이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100억 원 이상으로 높이려 했다. 하지만 국내 주식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와 얽히면서 무산됐다. 야당이 금투세 시행을 2025년까지 미뤄 주는 조건으로 주식 양도세 현행 기준 유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금투세 시행 유예가 더 급했던 정부와 여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주식 양도세 완화를 다시 꺼내든 바탕엔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연말마다 국내 증시에선 큰손들이 주식을 팔아 치우는 모습이 반복돼 왔다.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보유액을 과세 기준 밑으로 낮추려고 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의 ‘매도 폭탄’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그간 개미들 사이에선 애꿎은 소액 투자자만 피해를 본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올 연말에는 대량 매도를 줄여 주가 하락을 피해 간다면 개미들의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공매도 전면 금지 역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미들을 의식한 정치적 조치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개미들은 외국인과 기관들이 공매도를 활용해 주가를 떨어뜨려 돈을 벌고 있다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게 한국만 공매도를 금지하는 건 이상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 한다”는 여당의 목표가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 안팎에선 개미들 중에서도 2030세대를 노린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은 증시 부양으로 개미 표심을 잡아야 할 만큼 절박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30세대에겐 투자 수익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개인 투자자 중 20, 30대는 전체의 33%인 464만 명이었다. 21대 총선이 치러지기 직전이었던 2019년 말(145만 명)보다 3배 이상으로 불었다. 문제는 경제 정책의 정치 과잉이 도가 지나쳐 원칙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세수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주식 양도세 완화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을 훼손한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처음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처럼 양도세 완화 또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만 고쳐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또 “정치 과잉 시대에 유불리를 안 따지겠다”며 선거를 위한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만 벌써 그 말을 잊은 듯하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2023-11-13 23:42
[광화문에서/박희창]내년 ‘세수 펑크’ 가능성 큰데, 총선용 예산 늘려도 되나2024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내년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말들이 들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세수 펑크’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에 이례적으로 세수가 많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확실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59조1000억 원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실제로 걷힌 세금과 비교하면 올해 세수는 55조 원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세수 펑크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 3분기(7∼9월)에도 대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하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8% 감소했다. 전체 국세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들의 실적을 토대로 걷는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1년 내내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법인세는 올해만큼 걷히기도 쉽지 않다. 세수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내년 세수 부족에 힘을 싣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 8월 세수 오차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예상치 못한 경기의 급변동이 세수 오차의 주된 요인”이라며 “경기 국면 전환 시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하면 당해 연도뿐만 아니라 이후 2, 3년간 지속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며 전망한 내년 국세 수입은 367조4000억 원이다. 내년에 세금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만 더 걷힌다고 해도 20조 원 모자란다. 그런데도 여당은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가 첫발을 떼기도 전에 민생 예산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최근 정부 예산안을 ‘리빌딩’ 수준으로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우선 현재 5조 원가량 편성돼 있는 소상공인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내년 총선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총선 민심을 잡을 수 있도록 예산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이장과 통장에게 주는 수당을 10만 원씩 올려주는 데도 여야는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유의동 국힘 정책위의장은 24일 이장과 통장에게 지급하는 월 기본수당 기준액을 40만 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식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총선이 6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 들고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장 수당 20만 원, 통장 수당 10만 원 인상’이 자신들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며 “공약이 실현될 수 있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받았다. 한 가정도 살림을 살 때 들어오는 돈이 줄면 씀씀이를 줄인다. 내년 정부의 총지출은 657조 원에 육박한다. 세수 펑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들어오는 돈보다 나갈 돈이 더 많다. 정부는 그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쪽지 예산’ 등을 국회 통과 비용으로 내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는데 중국 경제, 중동 사태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얼마나 많은 총선용 선심 예산을 국회 통과 비용으로 내며 씀씀이를 키울지 지켜볼 일이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2023-10-27 00:00
[광화문에서/박희창]한전 하루 이자 비용만 118억… 시급한 전기료 결정 독립 기구4분기(10∼12월)가 시작됐지만 이번 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때를 되돌아보면 최종 결정까진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분기 전기요금은 2분기가 한 달 반이나 지나 결정됐다.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이 조정안을 만들어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의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물가안정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한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4일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4분기에 kWh(킬로와트시)당 25.9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료비 연동제를 2021년 시행하면서 정부가 약속한 대로 이행한다면 올해 45.3원을 인상했어야 하는데 그것에 못 미쳤다”며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전기요금은 19.4원(전력량 요금 기준) 인상됐다. 실제로 요금이 25.9원 오르면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 전기요금은 8000원가량 오른다.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을 꼭 올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데는 한전의 ‘빚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탓에 2021년부터 올 상반기(1∼6월)까지 쌓인 한전의 적자는 47조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 차입금은 131조4000억 원까지 불어났고, 하루에 이자로만 약 118억 원을 내고 있다. 1년이면 4조3070억 원이다. 올해도 수조 원대의 영업손실이 날 한전은 내년이면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추가 한전채 발행마저 막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건 결국 제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서다. 전 정부 때인 2021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요금은 한 차례 3원 인상되는 데 그쳤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하던 지난해 1분기(1∼3월)에도 요금을 동결하고 인상을 뒤로 미뤘다. 에너지 가격 변동분을 전기 생산 원가에 반영하도록 한 연료비 연동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네 차례 요금 인상이 이뤄졌지만 전기료가 원가에 못 미쳐 전기를 팔수록 손해인 구조는 여전하다. 김 사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독립 기구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금리도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금통위에서 결정한다. 설령 인상되더라도 어느 누구도 정부 탓으로 비판하지 않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전기요금도 독립된 기관에서 연료비 원가에 따라 결정하면 정부는 부담을 덜 수 있고 국민도 납득하기 쉽다는 취지다. 전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전기요금은 사실상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와 기재부가 협의해 결정한다고 해도 서민 경제와 밀접한 전기요금을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결정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는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참모들과 논의해 전기요금을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전기료가 ‘정치요금’이 된 데는 이 같은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 공기업 한전의 부채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한전 설립 이후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 정치와의 분리를 강조하는 건 아이러니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결정할 독립 기구 도입이 시급한 건 맞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2023-10-05 23:48
[광화문에서/박희창]무늬만 역대 최저 예산 증가율… 건전 재정이라 할 수 있나지난달 말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강조했던 숫자 중 하나는 ‘2.8%’였다. 내년 예산 증가율로,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치라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경제 상황, 재정 수요, 국민 기대 등을 종합하면서 건전 재정 끈을 놓지 않는 지점이 어디까지인지 검토하다가 역대 최저인 2.8%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증가율을 0%로 묶어 올해와 같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2.8%만 놓고 보면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정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년 예산 증가율은 전 정부 5년 평균치보다 5.9%포인트나 낮다. 2005년 이후에 이보다 낮은 증가율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다 정부는 모든 사업을 재검토해 총 23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고 역설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7조 원, 보조금 사업 예산은 4조 원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2년 연속 20조 원 넘는 지출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증가 폭의 단위를 원으로 바꿔보면 역대 최저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짠 내년 예산은 656조9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8조2000억 원 늘어난다. 최대 46조 원 넘게 증가하기도 했던 전 정부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적은 규모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짰던 2017년 예산 증가액보다는 크다. 2017년 예산은 전년보다 14조3000억 원 늘었다. 퍼센트(%)로 따지면 3.7%였다. 박 정부에서 예산 증가액이 내년 예산 증가액보다 컸던 건 2015년 예산안 하나뿐이었다. 전체 예산 자체가 커진 점을 활용해 역대 최저치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2016년 380조 원대였던 총지출은 올해 630조 원을 넘어섰다. 같은 2.8%라도 630조 원일 때가 증가액이 더 많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통해 ‘알뜰하게 쓰면서 지키는 재정’ ‘살뜰하게 챙기는 민생’ 등 두 가지 모두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쓸 데는 쓰겠다고 자신하면서 동시에 역대 최저 예산 증가율까지 내걸 수 있었던 건 매년 예산을 크게 늘렸던 문재인 정부 덕분이기도 한 셈이다. 내년에 걷힐 세금이 크게 줄어들어 ‘쓰면서 지키는 재정’을 떠받치기 위해 빚도 낸다. 경기 부진으로 내년 국세 수입은 올해보다 33조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입보다 지출이 45조 원이나 많은 적자 예산을 짰다. 모자란 돈은 적자 국채를 81조 원 넘게 발행해 메운다. 결국 내년 나랏빚은 올해보다 62조 원 더 늘어나 1200조 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자평한다. 이 숫자들이 건전 재정을 가리키고 있는 건지 의아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예산안으로 내년 재정적자는 GDP의 3.9%로 불어난다. 아직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것도 지키지 않았다. 정부는 23조 원이라는 지출 구조조정의 세부 내역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말만 넘쳐나는 건전 재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2023-09-05 23:57
집값 잡으려다 누더기 된 세제… 무너진 조세원칙 바로 세워야 [광화문에서/박희창]2021년 3월 둘째 주 인터넷 교보문고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책은 ‘주택과 세금’이었다. 한 권에 7000원인 이 책은 초판 1만 부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 20여 일 만에 4만 부를 더 찍었다. 책에는 취득부터 임대, 양도, 상속 등 집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단계별 세금과 계산 구조가 정리돼 있었다. ‘양포세’(양도소득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주택 세제가 복잡해지자 국세청이 발간한 세금 해설서가 이례적으로 인기를 끈 것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선 부동산 관련 세제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부동산 양도세 알기 쉽게 새로 쓰기’를 개정안에 담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과열됐을 때는 과세 강화를, 침체됐을 때는 세제 지원 확대를 위한 개정이 누적돼 양도세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했다. 집을 한 채라도 샀다 팔면 다 내는 세금인데도 워낙 어려워 혼란을 초래하는 만큼 쉽게 고쳐 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행 조문은 암호나 마찬가지다. 양도세를 가늠해 보려고 법을 찾아보면 ‘양도소득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에 세율을 적용해 양도소득 산출세액을 계산한다’는 게 계산의 출발점이다. 게다가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취득세 등은 ‘필요경비’로 보고 빼준다는 사실은 조문을 몇 개 더 읽어 내려가야 알 수 있다. 계산에 포함되는 내용들이 흩어져 있어 계산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없다. 이번에 정부는 대략적으로라도 양도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계산 구조 등을 설명하는 개관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본인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1주택자에 해당되는지 역시 법을 읽어 봐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1주택자로 비과세를 적용받으려면 집값이 12억 원이 넘지 않고 2년 넘게 보유하면서 거주 기간도 2년 이상(조정대상지역 기준)이 돼야 한다. 하지만 보유, 거주 기간의 계산 방법 등 관련 사항들은 논리적 연관성 없이 여러 항에 분산돼 있다. 정부는 논리적 체계에 따라 조문을 다시 배열하면서 관련 내용은 같은 항에서 규정하고 복잡한 사항은 도표로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계산 구조도 복잡한데 가독성마저 떨어지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더 커진다. 지난해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돌려준 세금 중 양도세는 4300억 원이었다. 2016년보다 2.6배 불어난 규모다. 전체 국세 환급금은 6년 새 1.8배 늘었다. 되돌려준 양도세가 유독 큰 폭으로 늘어난 건 복잡해진 부동산 양도세제와 무관치 않다. 잘못 부과된 세금을 바로잡아 달라며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양도세 심판청구 건수는 2016년 731건에서 2019년 1142건까지 치솟았다가 줄고 있다. 한 세무당국 관계자는 “세금은 사회과학”이라고 했다. 사칙연산만으로 세금이 계산되는 게 아니고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현실론을 감안해도 부동산 세제가 누더기가 된 데는 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 탓이 크다. ‘예외의 예외’를 덧붙이며 고치다 보니 전문가들도 놓치는 지점들이 생겼다. 이제는 더 이상 세제를 정치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원칙을 세워야 한다. 부동산 양도세 새로 쓰기에서 멈춰선 안 된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2023-08-21 23:30
[광화문에서/박희창]일하는 노인 매년 늘지만… 체계적 고용정책 안 보인다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초 학생들의 기초학습을 도와줄 강사를 모집했다. 1명을 뽑는 데 8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8 대 1이었다. 교사로 40년 가까이 일하다 퇴직한 선생님뿐만 아니라 대학원까지 마친 고학력자들도 서류를 제출했다. 선발 과정을 담당한 A 교사는 “일흔이 넘었는데 지원서를 낸 분도 있었다”며 “은퇴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 자체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미 한국의 55∼79세 10명 중 6명은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5월 55∼79세 고령층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2%였다.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이 6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3년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65세 넘어서도 일하는 노인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는 326만5000명으로 2017년보다 50% 넘게 증가했다.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9%에 육박한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건 수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한 만큼 불가피하다. 이들이 여전히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나 ‘돈’이 크다. 실제로 전체 고령층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연금을 받은 이들의 비율은 50.3%에 그쳤다. 이들이 한 달에 받은 전체 연금 수령액은 평균 75만 원이었다. 생활비 등 돈이 필요해 일을 해야 하는 노인들이 많은 셈이다. 고령층의 얇은 주머니 사정은 최근 늘고 있는 65세 이상 여성 취업자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65세 이상 여성 취업자는 167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4000명 늘었다. 6월 전체 취업자는 33만3000명 증가했는데 이들 중 43%가 고령층 여성인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올 들어 숙박, 음식점업에서도 동시에 취업자가 늘고 있고 이들 업종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거나 임시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여성 취업자 가운데 일부는 저임금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취업에 나서고 있을 수 있단 뜻이다. 그러나 높아지는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을 생활비 측면으로만 들여다보면 놓치는 부분도 있다.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55∼79세 가운데 ‘일하는 즐거움’을 그 이유로 꼽은 이들은 35.6%에 달했다. 일자리를 선택하는 기준도 ‘일의 양과 시간대’(29.6%)를 ‘임금 수준’(20.5%)보다 더 많이 꼽았다. 나이 들어서도 본인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며 일하고 싶은 이들도 많다는 뜻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 나이가 같더라도 성별이나 교육 수준, 자산 등에 따라 일자리를 대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지난해 노인 일자리를 비롯해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전체 예산은 약 32조 원이었다. 하지만 예산 편성, 배분 과정에서 체계적인 고령층 고용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65세 넘어서도 일하는 이들을 위해 정부는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2023-07-30 23:54
[광화문에서/박희창]서민가계 박탈감 키울 수 있는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 대책대기업을 다니다 퇴직한 50대 후반 A 씨는 “헛살았다”고 했다. 그의 큰아들은 내년 4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5000만 원을 줄 테니 전셋값에 보태라고 말해놨다. 딸에게도 결혼할 때 같은 금액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10년간 5000만 원까진 세금을 안 내고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다. A 씨는 “다들 자식 한 명한테 1억 원이나 1억5000만 원씩 결혼자금으로 턱턱 주냐”며 “그래도 노후에 먹고살 돈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노모의 생활비와 병원비도 본인 몫이라고 덧붙였다. A 씨의 넋두리가 길게 이어진 건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 때문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늘려 주기로 했다. 결혼하는 자녀에겐 5000만 원 넘게 쥐여 줘도 일정 금액까지 증여세를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얼마까지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건지, 어디까지가 결혼자금에 해당하는지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1억 원이나 1억5000만 원으로 공제 한도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재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혼과 출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현실을 짚어봐도 공제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결혼할 때 부모한테 5000만 원 넘는 돈을 지원받는 자녀들이 상당히 많지만 국세청에선 2억, 3억 원 이하의 자금은 출처 조사를 거의 하지 않아 단속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25만 명 아래로 떨어진 만큼 저출산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재부의 설명대로라면 지금도 5000만 원 넘게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고 세금을 안 낸 신혼부부들이 많지만 태어나는 아기 수는 사상 최저인 셈이다. 부자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 합법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아끼며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으니 결혼하라고 하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까. 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는 건 부모한테 손 벌리기 어려운 청년들이다. 자녀에게 1억 원 넘는 돈을 주고도 생활비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부모도 많지 않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5억3500만 원이었다. 여기엔 본인이 살고 있는 집값도 포함돼 있다.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경우에는 4억8300만 원에 그쳤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 중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은 60%에 육박했다. 부모가 성인 자녀한테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재산은 2014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1994년부터 바뀌지 않고 쭉 3000만 원이었다. 당시 기재부가 밝혔던 개정 이유는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공제 수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였다. 정부가 결혼자금에 한해서라지만 10여 년 만에 다시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에 나서면서 저출산 대응을 내건 건 손부끄러운 일이다. 많은 자녀와 부모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준다. 차라리 결혼자금을 두고 일부 부자들의 탈세가 빈번하지만 국세청 인력을 마냥 늘리긴 어려우니 이참에 양성화하겠다는 게 더 설득력 있는 자세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2023-07-12 23:36
한일 “통화스와프 8년만에 재개”… 전액 달러방식 될듯한국과 일본이 8년 만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비상시 일본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통화스와프 재개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사전에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오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한일 양국은 2001년 7월 처음으로 2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맺은 뒤 2011년 11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계약을 잇달아 종료한 결과 2015년 2월 양국 간 협정이 완전히 끝났다. 최근 한일 셔틀 외교 복원으로 양국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경제·금융 분야에서도 8년 만에 양국의 협력이 복원된 것이다. 이번 통화스와프 협정은 한국이 일본에 원화를 맡기고 일본의 달러화를 빌려오는 구조를 협의하고 있다. 그간 한국은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맺을 때 원화와 엔화를 교환하거나 원화를 제공하고 엔화와 함께 달러화를 빌려오는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원화를 맡기면 일본은 달러화를, 일본이 엔화를 제공하면 한국도 달러화를 빌려주는 형식으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는 최소 20억 달러에서 최대 100억 달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가 아닌 달러 스와프로 추진되면서 비상시 달러를 확보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한국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더 높은 상황에서 해외 투자가들이 국내에서 자금을 빼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 달러화 강세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달러 강세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일본과 달러화 스와프가 체결돼 있으면 심리적 안정효과를 누릴 수 있고, 위기 시 달러 유동성을 긴급하게 늘릴 수 있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일 통화스와프의 구체적인 내용은 29일 양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장관 회의에선 국제금융 의제와 제3국 인프라 공동 진출, 금융안전망 관련 협력, 금융·조세 협력 방안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2023-06-29 03:00
국세청, 메가스터디-시대인재-종로학원-유웨이 세무조사국세청이 메가스터디를 비롯한 대형 사교육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정부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정조준하고 나선 가운데 사교육 업체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종로학원, 유웨이 등 대형 입시학원 본사에 조사관들을 보내 회계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조사는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가스터디는 “세무조사를 받고 있으며 최대한 협조해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위원들과 사교육 업체 간 유착을 비판하며 대책을 주문한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26일 대통령실은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관련해 “사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세무조사와 별도로 교육 당국도 대형 학원들을 대상으로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입시학원들은 세무조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A입시학원 관계자는 “다른 학원들도 세무조사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B학원 관계자도 “특정한 몇 곳에 한정된 조사는 아닌 것 같다”며 “당분간 수험생 모집이나 입시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도 수사나 조사를 받는 일 없도록 조심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C학원 관계자는 “매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지금 시기에 나온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세무 당국이 학원가 ‘일타 강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국세청은 2010년 말 ‘족집게 논술’ 등 불법·탈법 고액 과외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학원과 스타 강사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2023-06-29 03:00
경기회복 기대 꺾이고… 엘니뇨에 물가는 들썩하반기(7∼12월)를 눈앞에 둔 가운데 여전히 경제 상황에 회복 기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초부터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산업 현장에선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침체 하반기 성장)’ 흐름이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7∼9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 BSI가 91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분기 조사 결과(94)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BSI가 100보다 높을수록 전 분기 대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낮을수록 반대다. 올 2분기(4∼6월)에 크게 올랐던 긍정 전망이 하반기로 접어들며 오히려 꺾이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내수(94→90), 수출(97→94) BSI가 모두 낮아졌다. 업종별로도 주력 업종인 정보기술(IT)·가전(83), 전기(86), 철강(85) 등에서 기준치를 크게 하회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자동차(98), 화장품(93) 업종도 부정 전망이 더 많았다. 주력 업종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던 주요 기관들의 전망과는 다른 흐름이다. 정책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말에도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를 웃돌 것으로 전망돼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데다 재정 투입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여름 7년 만에 ‘슈퍼’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더해 이상 기후로 식량 원자재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 겨우 둔화세를 보이는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설탕 가격이 뛰는 등 ‘밥상 물가’가 꿈틀거릴 조짐을 보인다. 경기 부양 재정 여력 역시 충분치 않다. 올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 원 줄었다.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서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하반기 수출, 투자를 중심으로 민간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경제 정책을 운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하반기에는 국민들께서 변화의 결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국무위원들이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高물가-中 소비둔화로 3분기까지 침체”… 기업 실적 전망 하향 한은 “물가 다시 뛰어 연말 3%안팎”中시장 ‘리오프닝’ 예상보다 지체기업 62% “상반기 목표달성 어려워”3분기 실적전망도 3개월 만에 낮춰 #1. 삼성전자는 올해 기대작인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1.3배로 잡았다. 전작 출시 때 전년 대비 1.5배로 잡았던 것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다. 가전 사업에서도 가동률 조정, 수익성 제고 등 ‘체질 개선’이 하반기(7∼12월)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최소 3분기(7∼9월)까지는 시장 침체가 지속될 거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선 올 들어 주요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5월 누적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5만69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 구매력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전망하는 드라마틱한 우상향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요 업계에서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에 전 세계적으로 수요 위축이 이어지면서 주요 지표들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307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상반기(1∼6월) 영업실적도 당초 목표에 미달한다고 보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올해 계획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응답 기업의 43.5%가 ‘소폭 미달’을 예상했고, 18.9%는 ‘크게 미달할 것’이라고 응답해 62.4%의 기업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대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가 하향 조정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4조4189억 원에서 이달 26일 기준 3조6478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는 ―1054억 원에서 ―2791억 원으로 적자 전망이 커졌다. 포스코홀딩스는 1조5290억 원에서 1조2507억 원으로, 에쓰오일은 6427억 원에서 5265억 원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었다. 이 외에 삼성SDI, CJ제일제당, 현대제철, LG생활건강 등 다수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새 하향 조정됐다. 하반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고물가로 인한 소비 둔화 지속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19일 내놓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등락하다가 연말경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3%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으로 기대됐던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재개)이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청년층의 실업률 증가 및 재화 소비 둔화 추세가 이어지며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7일 발표한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러시아 대응 시나리오별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원자재(원유, 천연가스, 석탄) 가격이 10% 상승하면 전 산업의 생산 비용은 0.6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내수 소비도 둔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소비 진작을 위한 통화 정책이나 수출 둔화 문제를 해소할 중장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2023-06-28 03:00
내달 4일부터 10만달러까지 증빙없이 해외송금다음 달 4일부터 따로 증빙 서류를 내지 않고 해외에 보낼 수 있는 돈이 연간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약 1억3200만 원)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을 7월 4일 공포,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1999년 외국환거래법 제정 당시 정한 기준이 24년 만에 바뀌는 것이다. 은행에서만 가능하던 개인 환전도 증권사에서 할 수 있게 된다. 미래에셋, 메리츠, 삼성, 신한투자, 키움, 하나, 한국투자, NH투자, KB증권 등 9개 증권사에서 가능하다. 현재는 기업들만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KB증권 등 네 곳에서 환전할 수 있다. 기업의 외화 조달 편의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외화 차입 신고 기준은 연간 30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상향된다. 아울러 정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라 외환 거래와 관련해 자본거래 신고 의무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 대신 경고로 대신할 수 있는 기준액은 건당 5만 달러 이내로 확대된다. 형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자본거래 신고 의무 위반 기준액은 1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높아진다. 외국환 거래와 관련된 사후 보고 의무 위반 시 부과되는 과태료는 200만 원으로 낮아진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2023-06-28 03:00
“논 배수로 정비해 밭작물 확대… ICT도 접목”정부가 쌀 재배가 중심이 되는 논에 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배수 개선 대상지를 32만 ㏊로 확대한다. 농업용수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수로에 대한 디지털 계통도를 만드는 등 수자원 관리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2032 농업생산기반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올 2월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는 앞으로 농업생산기반 정비계획을 10년마다 세우고 5년에 한 번씩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정비계획에 따라 밭작물 재배지역 배수 개선 대상지는 현재 30만3000㏊에서 1만7000㏊ 늘어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논에 쌀 대신 밭작물을 심으려면 침수가 안 되도록 물을 빨리 빼주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배수로를 통해 물이 원활히 빠질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농경지 침수 위험지도 제작을 검토하고, 간척지에 쌀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도록 하는 타 작물 재배구역 단지는 올해부터 지정해 운영한다. 아울러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체 수로 10만4000㎞에 대해 내년까지 디지털 계통도를 만든다. 물 흐름과 들녘별 용수 과잉, 부족량을 파악하기 위한 방편이다. 500만 t 이상의 대규모 저수지는 2025년까지 비상수문 등을 확충해 치수 능력도 확대한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2023-06-27 03:00
정부, 올해 성장률 전망 0.1∼0.2%P 낮출듯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낮춰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경기는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1∼0.2%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초 전망을 소폭 하향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1.6%에서 1.4%로 낮췄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달 말 지표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한 달 동안의 생산과 소비, 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5월 산업활동 동향’은 이달 30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들 지표를 토대로 올 2분기(4∼6월) 성장률을 추정한 뒤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체감하는 반도체 경기는 13개월 만에 전달보다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업종별 전문가 1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월 반도체 업황 현황 전문가서베이지수(PSI)는 105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35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지난해 5월(114)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었다. PSI는 100(전달과 동일)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달 대비 업황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다는 뜻이다. 7월 반도체 업황 전망 PSI도 119로 한 달 전보다 39포인트 상승하며 100을 넘어섰다. 반도체 업황 전망 PSI가 100을 웃돈 것은 지난해 6월(123) 이후 13개월 만이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2023-06-26 03:00
손잡은 韓-베트남… 핵심광물-전기차 등 미래협력 의기투합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국빈 방문 중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현지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을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분야에서 잇따라 업무협약(MOU·양해각서)을 맺는 성과를 나타냈다. 25일 재계와 관련 정부 당국에 따르면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베트남이 맺은 111건의 MOU 가운데 핵심광물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공급망·미래협력 분야에서 29건, 원전·전기차 등 기술 분야에서 28건이 체결됐다. SK E&S는 베트남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베트남(PVN)과 청정수소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레쑤언후옌 PVN 부사장을 만나 앞으로 베트남에서 수소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고 사업 확장을 위한 정책 대응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추 사장은 베트남 지방정부 껀터시의 쩐비엣쯔엉 인민위원회 위원장도 찾아 액화천연가스(LNG), 청정수소 사업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건설 개발 투자 기업인 TTA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베트남의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TTA가 추진 중인 10억 달러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공동 참여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베트남에서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3개 기업과 친환경 연료 전환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베트남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 수력을 비롯해 수소 에너지가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당장은 100% 대체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LNG와 결합한 혼소(혼합연소) 발전도 병행하고 있다. 전기차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협력 관계가 맺어졌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과 MOU를 맺고 빈그룹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상호 협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시장 개척도 함께하기로 했다. 무보 관계자는 “빈그룹이 추진하는 전기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동남아 수주 확대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빈그룹 자회사 ‘빈패스트’와 MOU를 체결해 전기차 보급 및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다양한 협업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또 빈패스트의 전기 택시 호출 플랫폼인 ‘그린앤드스마트모빌리티’와 ‘카카오T’를 연동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두산은 베트남 지방정부인 하이즈엉성(省)에서 PFC 소재 공장을 증설하고 추가 투자를 검토하기로 했다. PFC는 배터리, 도어 등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선 소재로 기존 구리 전선보다 무게와 부피가 80% 이상 작다. 도시 인프라 분야에서도 기대감을 키웠다. 베트남은 최근 ‘탈중국’ 공급망 재편 속에서 새로운 제조 기지로 부상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8%에 달했고 곳곳에 초고층 빌딩과 산업단지가 새롭게 들어서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박닌성, 타이빈성 등 베트남 북부 5개 지방 성과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UGPP)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앞으로 스마트 신도시, 산업단지 및 공공 인프라 등 정책 수립과 도시 개발에 있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 해외건설협회는 베트남건설협회와 건설 관련 정보 및 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유망 사업에 대해선 적격 기업을 추천하기로 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양국 기업 간 교류 증진과 유망 협력 사업을 공동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2023-06-26 03:00
[광화문에서/박희창]대통령-기관장 임기 일치… 유불리 따질 때 아니다여야는 지난해 11월 ‘알박기 인사’를 막기 위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 개정을 연말까지 마치기로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의 임기 문제로 소모적인 갈등이 반복되는 데는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가 각각 5년, 3년으로 다른 점이 주된 이유라는 문제의식이었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 개정안에는 기관장의 임기를 2년 6개월로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둘의 임기가 함께 끝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개정안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건 공공기관장 해임 건의였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역대 최다인 5명의 기관장이 해임 건의 대상에 올랐다. 경영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아주 미흡(E)’을 받았거나 2년 연속으로 ‘미흡(D)’ 등급을 받은 곳의 기관장들이다. 경고를 받은 기관장까지 포함하면 총 17명에게 인사 조치가 내려졌다. 이들 중 16명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됐다. 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올 4월 말까지도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그 가운데는 전 정부 초기 정부 부처 외청 한 곳을 이끌었던 A 씨도 포함돼 있다. 그는 2020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뒤 2021년 연봉 2억5000만 원이 넘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다시 꿰찼다. 해임 건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A 씨 임기는 10개월 더 남았다. 문제는 그가 전문성보단 근무연으로 에너지 공기업 사장에 올랐다는 것이다. 2017년 A 씨는 자신이 외청장을 맡게 된 사연을 “청와대에서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아야겠다고 판단하고 검사 출신을 보내자고 결정한 후 찾다 보니 내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가운데서도 후보군에 올랐던 건 “내가 모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A 씨는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일 때 함께 일했다. 검사였던 그의 경력에 에너지 관련 경험은 찾아볼 수 없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주요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 예산은 112조4000억 원이다. 5년 전보다 42조6000억 원 불어난 규모로, 올해 정부 총지출의 17.6%를 차지한다. 일부 전문성이 우선시되는 곳을 제외하곤 정부와 손발이 맞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기관장이 필요하다고 하는 걸 단순히 ‘찍어내기’라고만 볼 순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일괄적으로 기관장을 교체하면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자율성 보장 등 기관장 임기를 법으로 정해 둔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정부와 철학을 달리하는 공공기관장들이 새 정부가 가자고 하는 방향으로는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게 국가 경영 전체로 보면 효과적이냐”고 물었다. 여당에선 1년이 지나 알박기 인사들의 임기 만료도 가까워진 만큼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더 낫다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유불리를 떠나 국회에서 모든 쟁점을 펼쳐 놓고 다시 제대로 답을 찾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2023-06-21 23:38
재정-금융 안정성 ‘흔들’… 국가경쟁력 2년째 하락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2년 연속 뒷걸음치며 28위로 떨어졌다. 재정적자가 늘어난 데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면서 재정 부문에서 8계단 하락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비롯한 자금시장 불안으로 금융 부문도 13계단 급락했다.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재정 건전성과 금융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20일(현지 시간)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은 64개국 중 28위로 집계됐다. 2022년 평가에서 27위로 전년보다 4계단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한 계단 내려앉았다. IMD는 1989년부터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의 20개 부문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국가경쟁력이 하락한 데는 재정 건전성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재정 부문 순위는 지난해 32위에서 40위로 떨어졌다. 특히 정부 씀씀이가 커지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부문의 순위가 24위로 15계단 미끄러졌다. 지난해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3%(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로 전년(1.5%)보다 크게 악화됐다. 재정이 포함되는 정부 효율성 순위는 38위로 2계단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 등 정부 효율성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국가경쟁력 순위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역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지난해 23위였던 금융 부문 순위는 올해 36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나타났던 자금시장 불안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주가도 25%(코스피 기준) 떨어지며 주요국보다 더 큰 변동 폭을 보였다. 다만 해당 국가의 1년간 경제 성적을 평가하는 경제성과 부문에선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1년 전보다 8계단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순위를 다시 썼다. 종합순위에선 덴마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에 올랐다. 아일랜드가 9계단 뛰어올라 2위를 차지했고,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이 뒤를 이었다. 나랏빚 급증, 부동산PF 등 자금시장 불안… 기업환경도 악화 한국 국가경쟁력 2년째 하락정부부채 증가율 64개국 중 56위… 투자매력 등 기업여건 48위→53위 4대분야 중 정부효율성 유일 하락고용-물가 등 경제성과 8계단 상승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 등 낮은 정부효율성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끌어내리고 있다. 국가채무 규모는 지난해 이미 1000조 원을 넘어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수 부족은 심화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지난해 주요 선진국보다 더 크게 떨어진 주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위험 등 불안한 금융시장도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준칙 입법화와 금융시장 안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중 4대 분야별 항목에서 지난해보다 순위가 떨어진 건 정부효율성(36위→38위)이 유일했다. 정부효율성을 구성하는 5가지 세부 항목 중에선 재정(32위→40위) 순위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와 정부 부채 증가율 등이 크게 뒷걸음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 부채 증가율 순위는 전체 64개국 중 5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정부 부채가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늘면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이 된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72조7000억 원이다. 기재부가 추산한 연말 국가채무 전망치(1100조3000억 원)를 불과 약 30조 원만 남겨두고 있는 것. 나라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45조4000억 원 적자다. 연말 적자 전망치(58조2000억 원)의 78%를 4개월 만에 쌓은 셈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 분야에서 8계단이나 하락한 것은 재정준칙 입법화가 지연된 영향이 클 것”이라며 “한국처럼 중앙정부가 국가예산 대부분을 결정하는 나라에서 재정준칙이 입법화돼 있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얼마나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인지를 보여주는 기업 여건(48위→53위)도 악화됐다. 하위 설문을 보면 ‘외국인 투자가 인센티브 매력도’(28위→40위), ‘보조금의 경쟁 저해 정도’(35위→45위)가 크게 하락했다. 4대 분야별 항목 중 경제성과 순위는 지난해 22위에서 올해 14위로 8계단 수직 상승했다. 고용(6위→4위)과 물가(49위→41위) 등 세부 평가항목의 순위가 작년보다 오른 결과다. 기업효율성은 작년과 올해 모두 33위였지만 그 하위의 금융 순위(23위→36위)는 크게 떨어졌다. 특히 금융을 평가하는 세부 항목 중 주가지수 변화율은 10위에서 60위로 추락했다. 고금리, 고물가, 경기 둔화 여파로 지난해 한국의 주가 하락세(―25%)는 주요국 가운데서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미국(―8.8%), 유로스톡스(―11.7%), 독일(―12.3%), 일본(―9.4%), 중국(―15.1%) 등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레고랜드 채권 부도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도 커졌다. 정부는 20조 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해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시중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3.41%에서 올해 3월 말 5.07%로 높아졌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인 고금리 국면에는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높은 가계부채와 관치 성향이 강한 금융 규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2023-06-21 03:00
AI로 보조금 부정 의심사례 탐지… 상반기 3433건 적발정부가 올 한 해 동안 부정 수급이나 부당 사용이 의심되는 국고보조금 사업을 7500건 적발해 점검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 의심 사업의 탐지 적중률도 대폭 끌어올릴 방침이다. 19일 기획재정부 국고보조금부정수급관리단은 올 상반기(1∼6월) ‘e나라도움’을 통해 보조금 부정·비리 의심 사례 3433건을 적발한 뒤 각 부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e나라도움은 국고보조금의 교부를 비롯해 집행, 정산, 사후관리 등 보조금 처리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 정보화되는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7∼12월)에도 4000건 이상을 찾아내 올해 7500건의 부정·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적발 규모를 이처럼 크게 잡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기재부는 이들 가운데 400건은 관계 부처 합동으로 현장 점검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장 점검 규모 역시 사상 최대다. e나라도움에는 사실상 모든 국고보조금 사업 데이터가 입력돼 있어 부정이나 비리 의심 사례를 시스템적으로 적발할 수 있다. 과거 발생했던 부정·비리 사례와 유사한 경우는 AI를 활용해 탐지가 가능하다. 예컨대 신용카드가 아닌 지로 등의 결제 비중이 높거나, 보조금 사업자 간 거래 주체가 가족인 경우 등은 의심 사례로 분류되는 식이다. 정부는 부정 의심 사례를 찾아내는 AI의 적중률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최종적으로 부정이나 비리가 있었다고 결론 내려진 사업 가운데 AI가 적발해 낸 건수의 비율은 지난해 2.7%였다. 정부는 정확도를 개선해 올해는 이를 5%대 후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재부의 국고보조금 사업 점검은 앞서 국무조정실이 진행했던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와는 별개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3년간 민간단체에 지원된 국고보조금 사업을 감사해 보조금 부정 사용·집행 사례 1865건을 적발했다. 확인된 부정 사용액은 314억 원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향후 보조금 사업에서 부정, 비위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뿐 아니라 담당 공직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2023-06-20 03:00
公기관장 5명 해임건의-12명 경고… 16명이 文정부 임명정부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공공기관 5곳 기관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했다. 200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실적이 부진하고 사망 등 중대 사고가 발생한 곳들의 기관장 12명에 대해서도 경고 조치를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를 확정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첫 번째 평가”라고 밝혔다. 해임이 건의된 기관장은 권기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을 비롯해 김태곤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장, 조현장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 감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김일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장이다. 이번 조치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교체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임 건의나 경고를 받은 기관장 17명 중 16명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됐다.공공기관장 교체 시동… “가스公 등 15곳은 성과급 삭감-반납” 5명 해임 건의-12명 경고한전-발전자회사 평가 등급 하락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라 경고 조치를 받게 된 기관장들에는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이사 등이 포함됐다. 16일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에 따르면 경고 조치가 내려진 기관장은 총 12명이다. ‘미흡(D)’ 등급을 받은 강원랜드를 비롯해 7곳의 기관장이 경영실적 부진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미흡(D)’을 2년 연속 받은 기관의 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른다. 국가철도공단 김한영 이사장 등 5명은 중대 재해 발생으로 경고에 처해졌다. 해임 건의까지 포함하면 경영평가로 인사 조치를 받은 기관장은 총 17명이다. 이미 올해 안에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만 57곳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막이 올랐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관장은 기본적으로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2022년도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으로 분류되는 ‘미흡(D)’ 이하 등급을 받은 기관은 18곳이었다. 잇단 안전사고로 비판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아주 미흡(E)’을 받았다. 최고 등급인 ‘탁월(S)’은 한 곳도 없었다. 2021년도 평가 때와 달리 재무성과 지표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한국전력공사는 전년보다 한 단계 낮은 ‘미흡(D)’을 받았다. 한전의 발전자회사 5곳 역시 한국서부발전을 제외하곤 모두 1, 2단계 등급이 떨어졌다. 정부는 재무위험이 높은 15개 공기업에 대해선 성과급 삭감이나 자율 반납을 권고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석탄공사 등 재무위험 기관 3곳은 임원 성과급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2023-06-17 03:00
6월 1~10일 수출 1.2% 증가… 4개월만에 반등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1.2% 늘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 감소 폭이 줄면서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올 하반기(7∼12월)로 갈수록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9개월째 지속된 일평균 수출액 감소세는 여전한 데다 반도체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도 커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52억7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1∼10일 기준으로 수출이 전년보다 늘어난 건 올 2월(11.9%) 이후 처음이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이달에도 감소세가 계속됐다. 1∼10일 반도체 수출액은 21억82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1.1% 줄었다. 석유제품(―35.8%)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하지만 올 4월 ―41.0%까지 치솟았던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은 지난달(―36.2%)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계속 줄고 있다. 수출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인 대중 수출 역시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 1∼10일 대중 수출액은 32억6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0.9% 감소했다. 올 4월(―26.5%), 5월(―20.8%)과 비교하면 수출 감소 폭이 줄었다. 앞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달 들어 10일까지 일평균 수출액(휴일 제외)은 21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0%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 일수가 7.0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일 많았다. 1∼10일 기준 수출입 통계는 단기성 통계로 조업 일수 변화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해 9월부터 감소세를 이어온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달에도 전년보다 9.3% 줄었다. 수입은 20.7% 줄었지만 수출을 웃돌아 무역수지는 14억1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달 1∼10일(41억7100만 달러)보다는 적자 규모가 줄었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달에도 21억200만 달러 적자를 보이며 15개월 연속 적자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의 최장 기간 적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계속 줄고 있다”며 “무역수지는 4분기(10∼12월)로 가면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2023-06-13 03:00
기사통계
2,523건 최근 30일 간1건
주요 취재분야레이어보기
  • 경제일반
    44%
  • 칼럼
    27%
  • 산업
    10%
  • 금융
    7%
  • 교육
    3%
  • 기업
    3%
  • 무역
    3%
  • 자동차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