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책연구소 연구 결과를 “얼빠졌다”며 문책 요구한 이재명 지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8일 00시 00분


코멘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에 대해 비판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얼빠졌다”며 비난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마다 우후죽순 생기는 지역화폐에 대해 조세연은 15일 보고서에서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발행비용 등 부작용만 남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역화폐 발행에 앞장섰던 이 지사는 “얼빠진 연구결과를 (왜) 지금 제출했는지에 대해 엄정한 조사와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국책연구소에 “문책” 운운하는 것은 과도한 겁박에 가깝다.

보통 지역사랑상품권의 형태로 발행되는 지역화폐는 올해 229개 지자체에서 9조 원어치를 발행했다. 2016년 53개 지자체, 1168억 원에서 불과 4년 만에 총액이 77배로 늘어난 것이다. 발행액의 8%를 중앙 정부가 국고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국책연구소가 그 효과를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9조 원의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부대비용만 1800억 원이나 든다. 물론 지역화폐가 지역 생산유발 등 경제효과가 크다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지역화폐의 효과에 대해 논쟁은 필요하지만 연구의 취지를 의심하는 듯한 공격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이 지사는 조세연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을 정면 부인했고, 발표 시점이 이상하며, 골목상권 진흥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비판했다. 연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어제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면서 “내년에는 발행 규모를 15조 원대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화폐 발행은 소상공인 보호와 소비의 지역분산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다. 그렇더라도 국책연구기관이 효과 없다는 정책을 “현장에 가보니 효과 있더라”며 밀어붙인다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지역화폐#이재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