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질 전월세살이[오늘과 내일/허진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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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 앞두고 임대시장 불안… 급하고 거친 입법, 혼란 더 키워

허진석 산업2부장
허진석 산업2부장
요즘 같은 장마철 날씨 예측하기 까다롭다. 대기의 안정성이 다른 계절에 비해 더 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보 대상을 3, 4일 후가 아닌 1, 2시간 후로 짧게 잡으면 예보 정확성은 높아진다. 레이더나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1, 2시간 내에 닥칠 서쪽 하늘의 구름·강수량을 살피면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럽다. 풍부한 시중 자금에 복잡한 규제까지 겹친 상황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경기 불황까지 변수다. 4, 5년 뒤 집값 예측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초단기 예보처럼 예측의 범위를 짧게 잡으면 보이는 게 있다. 확 달라질 전월세살이다.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은 여당과 정부의 기세로 보면 당장이라도 도입될 기세다. 세입자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기간이 2년에서 4년 혹은 6년으로 늘어나고,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인상은 5% 이내로 제한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세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이지만 도입 과정과 도입 이후 세입자 생활이 더 힘들어질 요인도 적지 않다. 단기 전세시장의 모습을 예측해 보면 이렇다.

먼저 전세금은 한꺼번에 오를 가능성이 아주 크다. 실제로 임대차3법 도입 계획이 알려지면서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곳이 생기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용면적 98m²의 전세금이 6월 초 13억5000만 원이었는데, 7월 들어 16억5000만 원(10일 신고)으로 뛰었고, 그 다음 날(11일 신고)에는 17억 원으로 최고가가 경신됐다.

다음으로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질 것이다. 4년이나 6년 동안 시세대로 전세금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전세 매물 자체를 거둬들이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새로 계약을 맺으면서 한꺼번에 전세금을 올릴 것으로 짐작되는 경우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1000채 규모임에도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현재는 매물이 1개밖에 없다.

아울러 전월세 종료가 2∼6개월 남는 세입자들은 전셋집에서 쫓겨날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입법을 통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새 법 시행일 이전에 집주인이 2년 연장의 계약 갱신을 거절하면 통보 시점 기준으로 그 계약 갱신 거절은 확정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미 갱신 계약을 하지 않기로 한 건에 대해서도 새 법을 적용하려면 위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월세 종료까지 6개월 이상 남은 세입자들은 새 법들이 시행되면 그 다음 갱신 계약부터는 그 집에서 더 장기간 살 수 있고, 전세금 인상 폭도 적어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무지나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일이라도 생기면 4∼6년 치 전세금 인상분이 반영된 전세 계약을 해야 한다. 미래의 전세금 부담을 한꺼번에 안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혼부부같이 새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새 법이 시행된 이후의 거래 방식을 예상해 보면 이렇다. 시장에는 전월세 매물이 기존보다 줄어든 상태다. 공급이 적은 시장에서는 가격 산정에서 공급자가 우위에 있게 된다. 수요자가 급한 마음에 비싼 가격이라도 계약을 맺으면 그 가격은 다른 수요자가 더 비싼 계약을 맺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결국 전세시장에서도 공급량이 관건이 되는 것이다.

세입자를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의무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급격한 전월세 가격 상승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미리 예고를 함으로써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 시장에 공급이 충분해 수요자 우위의 상황에서 새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

허진석 산업2부장 jameshuh@donga.com
#임대차3법#임대시장#전월세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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