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포기로 얻은 中 체제 우월 ‘근자감’[광화문에서/김기용]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0-07-06 03:00수정 2020-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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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한 후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서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계에 관한 것이다. 인구가 3억3100만 명인 미국은 3일 신규 확진자가 5만4904명 발생했다(월드오미터 기준). 같은 날 인구 5100만 명인 우리나라는 신규 확진자가 63명이었다. 그런데 인구가 14억3930만 명인 중국의 신규 확진자는 단 3명에 불과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통계 조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계 조작 여부를 알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이렇게 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국 정부가 국민을 철저히 막고 통제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위챗(한국판 카카오톡)으로 사실상 전 국민을 통제하고 있다. 은행, 카페, 식당 등 모든 건물에 들어갈 때 반드시 위챗을 통해 ‘건강 통행증’(건강하다는 증명서)을 보여줘야 한다. 이 통행증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가면 새 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이동 정보는 고스란히 정부로 넘어간다. 외국인도 예외는 없다. 모두 위챗을 내려받아 여권 정보를 입력하고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게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이동 통제도 빈번하다. 베이징에 확진자가 증가했을 때 베이징시 정부는 시 밖으로 나가는 버스와 택시 운행을 금지했고, 비행기 운항도 80% 가까이 취소시켰다. 가족의 장례 등 특별한 경우만 ‘출(出) 베이징’을 허가했는데, 이 경우에도 일주일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소지하고 있어야 했다. 코로나19 위험 지역에 다녀온 ‘격리자’가 아파트에 들어오면 주민위원회에서 그 집 현관 앞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감시했다. 아파트 건물이 30개 동 이상 모여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출입문을 대부분 폐쇄하고 단 1곳만 개방했다. 이곳으로 드나드는 모든 사람과 차량을 검사했다. 단지가 커서 개방된 문에서 멀리 사는 사람은 20∼30분을 걸어야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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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통제들이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확진자 통계가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진짜로 ‘0’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그런데 중국 국민은 이 같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단순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의 방침을 따르자’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밑바탕에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식 체제의 우월함이 증명됐다고 믿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이 아니고서는 이 같은 과감한 통제를 그 어느 나라도 할 수 없다는 식이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했고, 그래서 중국 공산당 체제가 더 우월하다는 얘기다.

중국 지방정부의 한 관료는 위챗 대화에서 “자유가 만개한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했는데, 중국은 해냈다”고 자랑했다. 중국의 많은 국민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들의 ‘근자감’이 두려운 요즘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中 체제#기본권#근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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