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사망 10만[횡설수설/이진구]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20-05-30 03:00수정 2020-06-0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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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27일 10만 명을 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면에 추모특집 기사를 게재하며 ‘뉴욕시 3만5000명’ ‘시카고 4600명’ 등 도시별 사망자 수를 적었는데 모두 ‘more than(이상)’이란 전제를 달았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알 수 없고, 발표된 수치는 ‘최소한’이라는 의미다.

▷그냥 10만 명이라면 감이 잘 안 오지만 이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11만6000여 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달 미 백악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북전쟁은 49만 명, 제2차 세계대전 40만 명, 베트남전 9만200여 명, 6·25전쟁 5만4000여 명이 전사했다. 2월 6일 첫 사망자가 나온 지 석 달여 만에 2년 동안 참전한 1차대전 규모의 전쟁을 치른 셈이다. 백악관은 최대 24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확진자만 최소 169만 명을 넘으니 과장된 전망은 아닌 것 같다. 24만명까지 이르면 코로나 19는 미 건국 이래 세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이 된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지만 한 꺼풀 벗기고 들여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선 파악 등 역학조사도 지금은 작은 도시나 새로 발생한 곳 정도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국민의 안일한 인식으로 초기 대응이 늦어 이미 손쓸 수 없이 광범위하게 퍼진 탓에 조사가 무의미한 상태라는 것이다. 고령자와 함께 불법 이민자가 많은 지역, 저소득 유색인종 계층 등에 사망자가 집중됐는데, 잡힐까 봐 또는 의료보험이 없어 집에서 버티다 목숨이 경각에 이르러 병원에 실려 가서라고 한다.


▷연방정부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우리 질병관리본부처럼 매일 확진자 및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 않는다. 주 정부에서 검증 안 된 자료를 보내는 경우가 꽤 있어 공신력 때문에 이를 다시 검증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서라고 한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전국 병원 응급실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존스홉킨스대에 시설 등을 지원하고 발표를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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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미국의 공공의료 취약성과 위험할 정도로 벌어진 사회계층 간의 격차를 무참하게 드러냈다. 노숙자, 촘촘하지 못한 행정망 등으로 숨진 뒤 발견된 사람은 검사도 안 하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은 날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를 축하하기 위해 케네디우주센터를 찾아 “오늘은 우리나라에 매우 흥분되는 날”이라고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슈퍼대국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미국 코로나19#코로나19 사망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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