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영란법에서 한우·굴비 빼느니 법 자체를 손질해야

  • 동아일보

새누리당이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제 국회 토론회에서 “농축수산물은 제외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이나 부정부패를 없애려는 이 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선물의 금액 상한을 5만∼10만 원으로 정해 그 범위 내의 선물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마련해 9월 중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문제는 명절용 국내산 한우·굴비·과일 선물세트의 경우 10만 원을 넘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10만 원 이하로 정하면 중국산 등 외국산 판매만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농축수산업계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위협적인 괴물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자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권익위는 특정 업계의 물품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법을 만든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도 금액 상한을 현실화하는 것은 몰라도 농축수산물만 예외로 인정하긴 힘들다는 쪽이다. 여야가 이 법을 만들 때부터 관련 업계의 타격 등 내수 위축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심지어 위헌 논란까지 제기됐다. 그런데도 덜렁 법을 통과시켰고, 공포까지 됐다.

이곳저곳에서 대책을 요구할 때마다 시행령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땜질을 할 수는 없다. 법 자체가 공직자 외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데다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빠졌고, 국회의원 등의 제안이나 건의를 부정청탁 범주에서 제외함으로써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공포된 김영란법은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대한변협이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회가 과잉처벌 요소와 불합리한 부분을 포함해 김영란법 전체를 새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한우·굴비#땜질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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