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정무특보)으로 위촉된 데 대해 헌법의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부당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 물론 전혀 위헌 소지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 지적을 하려면 적어도 국무총리나 장관의 겸직과 형평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총리나 장관은 행정을 집행하는 사람이다. 행정을 견제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동시에 행정을 집행한다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삼권분립 위배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마다 거리낌 없이 겸직을 시켰고, 논란거리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작년 11월 국회법 개정으로 아예 겸직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보장했다. 그러나 정무특보는 행정을 집행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의 조언자 또는 자문역이다. 그래서 정무특보에 대해서만 위헌 시비를 거는 건 온당치 못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김원기 이해찬 의원이 각각 정치특보, 정무특보를 맡았지만 위헌 논란은 없었다. 그 사이 헌법이 바뀌기라도 했는가.
오히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위법 여부다. 겸직이 가능하려면 정무특보가 개정 국회법에서 겸직 금지 예외로 규정한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해당해야 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여기는 공익 목적의 명예직종은 비영리 공익단체 같은 것이다. 정무특보를 이 범주에 끼워 넣는 건 아무래도 억지스럽다. 국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모르나 내 판단은 위법 쪽이다.
그러나 나의 진짜 관심사는 다른 데 있다. 왜 박근혜 대통령이 굳이 정무특보를 두려고 하느냐는 점이다. 주호영 김재원 윤상현 의원은 정작 본인들도 정무특보의 정확한 소임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여론을 알고 싶은 것이라면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은 청와대 내에 수두룩하고, 또 대통령이 직접 여론 주도층을 자주 만나면 될 일이다.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얘기까지 들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닌가. 정치 관련 조언을 구하거나 여당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면 이들 친박 의원보다는 실제 새누리당을 이끌고 있는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와 직접 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야당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대통령은 여당을 조종해 국회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과거의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다. 정부의 주요 정책과 인사는 사실상 국회의 통제하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대통령이 지시나 명령, 위아래의 의미가 강한 통치의 자리에서 더불어 숙의하고 다스리는 협치(協治)의 자리로 내려오는 것이 옳다고 본다. 더구나 지금의 정권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공동 정권이다. 박 대통령의 2012년 대선 공약집에 명시된 모든 진단, 약속, 실천의 주어는 박근혜가 아니라 새누리당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약 실현을 위해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게 이치에도 맞다.
한번 발상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가령 여당에서 대표와 원내대표, 정부에서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대리인으로 내보낼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한다면 별 쓸모가 없어 보이고 논란만 초래하는 정무특보를 별도로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사실 3명의 핵심 친박 의원에게 정무특보라는 감투를 씌우는 것은 정상적인 의정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기에 그들에게도, 박 대통령에게도 득 될 게 없다. 차라리 김무성 유승민 두 사람을 실질적인 정무특보로 여기고 자주 만나 매사를 의논하는 게 득도 크고 이 시대에 어울리는 대통령의 정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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