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상호]대북 방어 주도라는 ‘동맹 시험대’ 앞에 선 한국군

  • 동아일보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최근 방한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차관은 한국이 ‘모범 동맹국(model ally)’이라고 추켜세웠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사실상 ‘동맹 청구서’에 가깝다.

미 국방부 서열 3위인 콜비 차관은 우리 외교안보 당국자들에게 한국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그의 방한 직전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방위전략(NDS)에 적시된 대로 북한에 대한 방어의 일차적 책임은 한국이 져야 한다고 재차 쐐기를 박은 것이다. 군 관계자는 “‘주도’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한국이 국방비를 더 많이 늘려서 대북 재래식 방어를 전적으로 책임지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안보 책사’이자 새 NDS의 핵심 설계자인 그의 방한을 계기로 주한미군 역할이 대북 방어에서 대중 견제로 급변침하면서 73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주한미군 재편 등 北 오판 부를 수도

그의 메시지는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에 적합한 해·공군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한강 이북의 유일한 미군 전투부대인 제210화력여단과 같은 지상전력의 철수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한국군에 대북 재래식 방어를 떠넘긴 마당에 군사분계선(MDL) 인근 최전방에 대규모 미군 전력을 유지할 명분과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 본토에서 주한미군으로 순환 배치되는 스트라이커 여단을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이나 괌 등으로 이전 배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성이 크다. 주한미군 재편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가속화, 미국의 전략적 무게추 이동 등이 맞물린 ‘연쇄반응’을 북한이 한미동맹의 억제력 약화로 오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콜비 차관의 발언을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 의지 후퇴로 해석할 경우 대남 도발의 유혹을 부추길 소지도 있다.

정부와 군이 어느 때보다 대비 태세와 자강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한국형 3축 체계’의 조기 전력화를 통해 독자적인 북핵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분초를 다투는 북한 핵미사일의 탐지·추적과 방어, 타격 체계의 완비는 확고한 대북 억지력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충분하고 지속적인 국방비 투자와 이념 및 정파를 초월한 북핵 대응 정책의 일관성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부대·전력 구조의 전면 재설계도 뒤따라야 한다. 서북 도서와 비무장지대(DMZ) 등 최전방 접적 지역에 첨단 무인감시 체계와 즉응적 타격 시스템이 연동된 고도의 대비 체계도 이른 시기에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병력 중심의 전쟁 패러다임도 더 이상 고수해선 안 된다. ‘병력 절벽’이 초래하는 전력 공백을 정밀 타격과 장거리 화력, 무인전투 체계 등으로 조속히 메워 대북 비대칭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단호한 대응 의지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의 도발에 정치적 판단 등으로 군이 대응을 머뭇거린다면 대북 억지력의 신뢰성은 훼손되고, 북한은 더 대담한 군사적 모험을 획책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군 관계자는 “도발 즉시 몇 갑절로 보복당한다는 계산과 두려움을 북한이 갖도록 작전 대비 태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존심 앞세우기보단 자강력 확보해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NDS 발표와 콜비 차관의 방한은 한미동맹이 ‘공짜 보험’이 아니라 능력에 기반한 계약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대북 방어 주도라는 ‘동맹 시험대’ 앞에 선 우리 군의 지상과제는 한시바삐 자강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존심을 앞세운 설익은 자주국방론은 안보를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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