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동도, 메시지도 없는 개각으로 ‘국가개조’ 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4일 03시 00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7개 부처 장관을 바꾼 배경에 대해 “국가 대(大)개조와 국민 안전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이루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 발탁된 장관들 중에서 국민들이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할 만큼 감동을 주는 인물이 있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15개월여 만에 다시 짜인 2기 내각은 그제 개편된 청와대 비서진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측근과 새누리당 정치인들을 기용해 친정(親政) 체제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새로운 각료들이 세월호 이후 국가적 과제로 부각된 관료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청와대는 지난달 사회부총리 신설 방침을 밝히며 “내각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주문으로 향후 국정운영 방식이 크게 바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회부총리를 겸하게 될 각료는 김명수 신임 교육부 장관 후보자다. 보수 성향의 교육학자인 그의 기용은 13개 시도의 ‘교육 권력’을 차지한 친(親)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을 의식한 인사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안전행정 보건복지 고용노동 환경 여성가족 문화체육관광부까지 포괄하는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췄는지는 회의적이다. 사회 각 분야를 통괄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내기 어렵다면 사회부총리의 신설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출신의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해당 분야에서 인정할 만큼 역량이 검증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선 과정에서 후보에 올랐던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청문회 부담 등을 이유로 고사했기 때문에 최선의 인사가 기용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진정 인재 풀을 넓게 쓰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결과는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에 대한 국무총리의 제청권 행사와 관련해 “정홍원 총리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협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물러날 총리가 신임 장관의 임명을 제청한 셈이다. 형식적 절차를 갖췄을지는 몰라도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전관예우로 인한 낙마 등 청와대가 총리 인사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비정상적인 결과다. 과거에도 여러 번 반복된 바 있는 이런 편법을 다시 동원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문 총리 후보자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총리에 취임한다고 해도 ‘화합 총리’가 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후보자는 책임 총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들어본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새 장관들은 얼마나 소신을 갖고 책임 장관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번 개각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이전의 통치 스타일에서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6·4지방선거의 결과를 안이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민경욱#경제혁신 3개년 계획#장관#박근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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