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대표는 당내 분란 막으려 “대통령 회담” 외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 등을 논의하는 회담을 하자고 제의했다. 안 대표는 “정치인이 거짓 공약과 약속을 내세웠다가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린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큰 해악이 될 것”이라며 기초선거 무(無)공천 약속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다. 새정치연합은 장외에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도 나섰다.

안 대표의 말대로 정치인의 약속은 중요하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때 야권 후보들과 같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약속했다. 작년 4·23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약속대로 기초단체장 선거 2곳과 기초의원 선거 3곳 모두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공천이 가능한 3곳에 후보를 냈다. 이후 새누리당은 태도를 바꿔 ‘공천 유지’로 결론을 냈고 이를 전제로 경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명쾌하게 사과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 새누리당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서는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안 대표는 작년 8월 “정당공천제가 완전히 폐지되면 여성의 정치 참여가 축소되고, 검증 안 된 후보들이 난립해 민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다. “기초의원 밀실 공천에 따른 폐해와 중앙권력에 의한 지방자치 예속이라는 문제점이 있지만 정당의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는 정당공천제가 옳다”고도 했다.

그가 지적했듯이, 기초선거 공천과 무공천은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안 대표가 무공천만을 최상의 선택인 듯 떠받드는 것은 무공천을 명분으로 탄생한 통합 신당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통령 회담 제안도 당내에서 무공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당내 분란을 무마하는 동시에, 자신의 위상을 돋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집안 문제부터 깔끔하게 수습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6·4지방선거에서의 불리함을 각오하고 무공천을 택했다면 그 길로 매진하면 된다. 이제 와서 청와대를 상대로 새로 정치적 전선을 만드는 것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독자 정당 창당 약속을 저버리고 민주당과 통합을 선택한 안 대표가 ‘약속 이행’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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