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준모]이젠 비정규직 600만 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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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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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임금 근로자는 1751만 명으로 1년 전보다 46만2000명 늘었다. 늘어난 임금 근로자 중 67%는 비정규직이어서 노동시장 고용 상황이 양적으로는 양호하게 보여도 고용의 질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599만5000명으로 ‘6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연령대별로 보면 비정규직은 그동안 20대와 40대에서 비중이 높았는데 최근에는 20대의 비정규직 취업 인원이 감소한 반면 30∼50대는 증가했다.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 비중이 점차 늘어 31.5%로 높아졌다.

늘어난 근로자 67%가 비정규직

대졸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원인은 몇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20대 때 비정규직을 경험한 사람 가운데 30∼50대가 돼도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즉, 정규직 일자리 부족으로 20대 비정규직이 30대 정규직으로 가는 가교 역할이 아니라 20대 비정규직에서 30대 다른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이 고졸층은 물론이고 대졸층에서도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대 비정규직은 최근 정부의 각종 청년대책으로 일부 해소됐지만 30대 이상 비정규직은 청년정책 대상이 되지 못한다.

두 번째 원인은 최근 기업 규모별 고용동향에서 찾을 수 있다. 취업포털회사들의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채용 인원은 작년보다 상당히 늘었지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채용 인원은 감소하고 있다. 대기업의 채용은 20대 정규직에, 중견 및 중소기업의 경우 30대 이상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대기업의 채용 증가, 중소기업의 채용 감소는 20대 때 대기업 진입에 실패한 대졸자가 30대 들어 중소기업 정규직에 취업하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비정규직에 취업한다는 의미다.

정부 정책에 관해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현재의 고용정책이 특정 계층별로 단선적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어느 집단에 주력하는 정책을 펴다 보면 다른 집단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빠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특정 계층별 고용정책을 생애주기별 정책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 예컨대 20대에게 초점을 맞추는 중소기업 청년인턴, 창직인턴 및 창업지원제도를 고용보험상 비정규직 고용 지원제도와 시스템적으로 연계해 생애주기별 고용정책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 또한 고용정책의 예산 투입 실적에 취업률을 과도하게 따지다 보니 고용정책을 과감하고 다양하게 설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효과가 높은 대상으로만 하는 단선적인 정책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선순환을 위한 패자 부활 트랙을 활성화해야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에서 정규직으로, 협력업체 근로자에서 대기업 원청 근로자로 전환하는 등 능력 중심의 다양한 비정규직 성공신화를 만들기 위해 국가 인적자원 양성체계 및 기업 인사관리의 개혁이 필요하다.

정규직 전환 ‘패자부활 트랙’ 필요

마지막은 이 문제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대학정책의 방향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 지원정책에 취업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 단위 취업률 공개를 넘어 전공 단위 취업률 공개를 의무화해 고등학생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때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분류 취업정보를 넘어 좀 더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전공 단위 취업정보까지 교육 수요자에게 정확히 제공해야 졸업 후 노동시장의 수요가 없어 일자리를 못 구하는 불행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취업적 사고’ 없는 교육정책은 노동시장의 부작용 쓰나미를 일으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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