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승함]선거는 선거고 국회는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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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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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18대 국회가 원 구성을 최장기 하지 못한 식물국회로 시작해 초유의 폭력국회를 기록하더니 이제 9월 1일로 다가온 정기국회를 날림국회로 전락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는 뜻하지 않게 들이닥친 초대형 정치적 사건들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 및 서울시교육감의 동시 선거 가능성, 그리고 부산저축은행 로비 의혹의 몸통인 박태규 씨의 귀국 등으로 정치권은 국정을 소홀히 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몰입할 공산이 커졌다.

9월 정기국회 민생법안 산적

정기국회는 국정 전반에 걸친 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 확정, 그리고 이와 관련된 법률안 처리를 하는 연중 가장 중요한 국회 일정 중 하나이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방개혁안, 북한인권법 등 국가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과 물가 폭등, 전월세 급등, 반값 등록금 문제, 노동 관련 법안 등 산적한 민생경제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는 미처리 법안만도 6000건이 넘어 결국 미처리 또는 날림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던 8월 임시국회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밀려 내용 없는 복지논쟁만 벌였고 주요 법안들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생법안은 처리하고자 했던 예정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일부 법안만 처리됐을 뿐이다.

그런데 정기국회가 8월 임시국회보다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은 더 크다. 정치권은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돌입한 양상이다. 여야 모두 수십 명의 후보군이 난립하고 당 지도부는 인재 영입 등 적절한 후보 물색에 여념이 없다. 여야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내년의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기고 총력을 기울여 선거에 임할 태세다. 이에 더해 거물 브로커 박태규 씨가 검찰 수사를 받음으로써 정치권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줄 수 있다. 수사 내용에 따라 정치권은 요동을 칠 것이며 여야는 극한적인 정치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기국회는 마땅히 해야 할 국정감사, 정책 질의, 예산 심의를 제쳐놓고 시장 선거 및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의 굵직한 대형 사건들이 서울시장 선거 및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여기서 더 사려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 이미 국회는 국민에게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정치기관으로 간주돼 왔다. 정쟁에 휘말려 정기국회를 부실 또는 파탄으로 이르게 한다면 국민은 더욱 준엄한 심판을 하게 될 것이다. 제18대 국회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이번 정기국회를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정쟁 대신 이성 가진 국회 되어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누구에게 유불리한 상황을 주기보다는 여야 모두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의 향방은 좋은 후보를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에 이르기까지의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 행태다. 정치적 승리만을 위한 몰지각한 행동으로 국민생활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법안이나 예산 심의를 등한시한다면 서울시민과 국민은 좌시하지 않고 표로써 보여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일이 정치화되고 정치투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념적 양극화와 대립이 정치인들에 의해서 조장되고 정치인들이 민생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해 국민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이를 간파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눈앞의 정치 이익에만 급급하여 정쟁을 일삼기보다는 이성을 가진 국회로, 국민이 신뢰하는 국회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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