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孫正義의 ‘오리엔트 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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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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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3세 일본 기업인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재일교포로 꼽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4월호는 그의 재산 평가액이 81억 달러(약 8조8000억 원)로 일본 최고의 부호라고 보도했다. 2000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기업인’에 선정됐다. 타임과 뉴스위크는 1999년 ‘올해의 아시아 인물’로 그를 동시에 선정했다.

▷24세 때인 1981년 소프트뱅크를 설립한 손 회장은 일본 재계의 상식과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적 발상과 파격적 경영 행보로 회사를 키웠다. 일본의 이동통신업체들이 미국 애플의 아이폰 도입을 꺼리던 2008년 아이폰 독점 공급권을 따냈다. 소프트뱅크가 최대 주주인 야후저팬은 작년 최대 경쟁업체인 구글의 검색엔진을 도입했다. 올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이석채 KT 회장과 접촉해 합작회사 설립에 전격 합의했다.

▷그는 소프트뱅크 창립 30주년을 맞아 어제 서울에서 가진 비전 발표회에서 “소프트뱅크가 직접 투자하는 세계 각국의 기업 수를 현재 800여 개에서 30년 뒤 5000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 중국 인터넷기업의 아시아 진출을 지원하는 ‘오리엔트 특급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지난 30년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비전이 엿보인다. 소프트뱅크는 한국에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등 2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들 자회사를 통해 127개 국내 벤처기업에 3000억 원을 투자했다. 127개사는 소프트뱅크의 800여 개 직접 투자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손 회장은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고 교육을 받았지만 부모님이 모두 한국 사람이다. 16세 때부터 교육받은 곳은 미국이었고, 23대 조상님은 중국에서 살기도 했다고 하니 나의 정체성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비록 국적은 일본으로 바뀌었고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세계인으로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그가 새로운 도전에서도 더 큰 성과를 올리길 기대한다. 그가 살아온 길을 보면서 젊은이들이 모험과 도전을 통한 진취적 삶에 좀 더 관심을 지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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