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기영]봄이다, 이제 침출수 점검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김기영 한국지구물리·물리 탐사학회장,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김기영 한국지구물리·물리 탐사학회장,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지난겨울 구제역이 매우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축산 농민들의 너무도 애절한 사연에 전 국민이 함께 아파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쩍쩍 얼어붙는 그 추운 날씨에도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밤새 얼어붙은 소독액을 녹이며 사투를 벌였다. 국민 모두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였으며, 다행히 이제 그 기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매몰지 부근 토양-지하수 오염 우려

그러나 날씨가 풀리고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이번에는 가축 매몰지 부근의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이 크게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정부에서는 서둘러 전국합동점검반을 구성하고 매몰지에 의한 지하수와 토양 오염, 집중호우에 의한 매몰지 유실 또는 붕괴 등을 점검하고 그 결과가 일부 언론에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육안 조사로는 지표로 유출되는 침출수만 확인이 가능하며, 지하로 스며들어 주변 지하수를 치명적으로 오염시키는 부분은 알 수가 없다. 구제역이 유례없이 빠르게 전국으로 퍼져나간 지난겨울, 감염된 가축을 소각장까지 반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신속히 매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밤샘작업까지 하며 서둘러 가축을 매몰하다 보니 매몰지의 정확한 규모, 지하수 수위 및 유동상태, 바닥의 토질 및 암반상태 등을 측정하고 기록할 여유가 없었던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오염 예측을 위한 기초자료가 현재 전무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매몰지는 전국적으로 4760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매몰지 전체를 대상으로 지하수 유입과 침출수 확산 방지를 위한 차수벽 설치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매몰지의 정확한 규모 파악, 지하수 수위와 매몰지의 바닥상태 확인, 매몰지로의 지하수 유입 및 침출수의 확산 방향 및 속도 등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효율적인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오염 침출수를 지구물리탐사 기법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에 기초한 지하수 모델링이 가장 효과적인 오염 평가기법이라는 것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2008년 환경부의 ‘가축 매몰에 따른 환경오염 관리방안’ 보고서에 의하면 가축 매몰지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의 전기 전도도가 농업용수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여러 지구물리탐사 방법 중에서 오염용지 조사와 쓰레기 매립장의 침출수 유출 감시 등에도 활용되고 있는 전기비저항탐사법이 매몰지 침출수 감시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이 물리탐사법은 땅속에 전기를 흘려보내서 지하매질의 전기비저항(전기 전도도의 역수) 분포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토양 내 공극수의 양과 화학 성분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지하수와 토양 오염을 추적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그래서 쓰레기 매립장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 거동을 감시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전기비저항 탐사 분야의 국내 기술 수준은 1990년대에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고, 현재는 시간 경과에 따라 3차원 자료의 변화를 분석하는 4차원 탐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침출수 추적 2차 피해 최소화해야

봄이다. 이제 많은 빗물이 지하수로 유입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전기비저항법과 4차원 탐사법 등을 이용하여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 유동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하수와 토양의 오염 진행상황을 객관적으로 조사 분석해 오염 방지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구제역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한 국가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김기영 한국지구물리·물리 탐사학회장,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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