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南 ‘전단 갈등’ 부추기는 北에 휘둘리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11일부터 나흘간 평양을 방문한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는 “북한 주민이 지진 소식을 사흘 뒤에나 알 정도로 언론 통제가 심했다”고 전했다. 지구촌이 사통팔달(四通八達)하는 정보화 시대에 북한은 이처럼 외부와 차단된 채 살고 있다. 이웃 일본의 재난 소식을 뒤늦게 알릴 정도니 김정일 정권에 위협이 되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반(反)독재 민주화시위에 대한 보도 통제는 얼마나 심할지 넉넉히 짐작된다.

북한은 주민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외부 세계를 알게 될 것이 두려워 필사적으로 정보 유입을 차단한다. 이집트 리비아 예멘 시리아 국민이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힘을 얻어 차례차례 반독재 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김정일 부자는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정보화는 아프리카보다 뒤떨어졌다. 2400만 주민 가운데 불과 30만 명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고 아랍의 민주화 시위를 확산시킨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꿈도 꾸지 못한다. 북녘 동포에게 세계와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대북(對北) 심리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북한은 우리 군의 확성기를 격파 사격하겠다고 협박한 데 이어 민간인들이 전단을 날리는 임진각과 백령도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위협에 겁을 집어먹고 심리전을 포기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무른 자세로는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최소한이나마 충족시키는 대북 전단을 둘러싸고 남남(南南)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18일과 26일 강원도 철원의 일부 주민이 탈북자와 보수단체의 전단 날리기를 무산시켰다. 일부 좌파단체도 25, 26일 백령도에서 전단을 날리기 위해 인천을 출발하려던 탈북자 단체와 몸싸움을 벌였다. 전단이 북한의 보복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역 주민의 걱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좌파단체들은 북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단체들도 요란한 행사를 자제하고 조용하고 실속 있게 추진해 지역주민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전단은 바람을 잘 타야 북한으로 날아간다. 풍향이 수시로 변하는데 미리 날짜와 장소를 예고하고 전단을 띄우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자칫 대남 홍보용에 그칠 수 있다.

천안함 폭침 1주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호전성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은 천안함 사태를 남측이 꾸며낸 특대형 모략극, 자작극이라고 왜곡했다. 김정일 부자가 얼마나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대북 심리전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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