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매몰지 공개 과학적 기준 세워야 괴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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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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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사회부 기자
김윤종 사회부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4일 “전국적으로 4600여 곳에 이르는 가축 매몰지 위치와 매몰 가축 종류, 매몰 마릿수 등의 정보를 민주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날 우선적으로 경기와 강원지역 가축 매몰지 위치정보를 ‘리(里)’ 단위까지 공개했다. 나머지 지역의 매몰지 정보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방침이다. 경기도도 2일 “도내 2200여 곳의 구제역 매몰지 위치 등 매몰지 관련 정보를 이달 말 경기도 홈페이지를 통해 ‘리’ 단위까지 모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정부는 ‘리’는커녕 ‘면’ 단위의 매몰지 위치정보까지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군 단위에 몇 개의 매몰지가 있는지만 공개하겠다는 것.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좀 더 상세한 매몰지 위치를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매몰지 주변 주민의 반발과 개인정보 노출을 들었다.

매몰지 위치정보 공개와 관련한 주무 부처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국민은 혼란스럽다. 회사원 강태호 씨(37)는 “논리적으로 매몰지의 구체적인 위치가 공개되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공개하지 않으면 어떻게 투명하게 매몰지를 관리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매몰지 위치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인 ‘트위터’ 등에는 ‘매몰지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돼지 핏물이 나왔다” “녹물인 줄 알았는데 동물 썩은 물이다” “정부가 심각한 오염을 감추고 있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누리꾼이 ‘리’ 단위까지의 매몰지 주소를 모아 인터넷에서 구제역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매몰지의 구체적인 위치정보가 공개되면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감시가 가능해져 지자체의 매몰지 인근 토양이나 하천 관리가 더욱 철저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해당 지역이 구제역으로 오염된 곳으로 낙인찍혀 땅값이 하락하면서 민원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괴담이 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주무 부처와 정치권, 지자체는 협의를 통해 매몰지 위치정보 공개와 관련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군’ 단위든, ‘면’ 단위든, ‘리’ 단위든, 번지수까지든 매몰지 위치정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하는 것이 괴담을 줄이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는 길이다.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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