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 전단, 안보관계 장관회의서 조율도 안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군이 대북(對北) 심리전 차원에서 전단과 물자를 반(半)공개적으로 북으로 날려 보내는 방식에 청와대가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전시(戰時)도 아닌데 군이 대북 전단과 물자 살포에 나서 굳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 군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의류와 의약품을 비롯한 물품 1만여 점을,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대북 전단 300여만 장을 북한에 날려 보냈다는 자료를 국회의원에게 비공개 조건으로 제출했다. 물품 살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4월 이후 11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전단 살포가 북한의 직접적인 표적이 될 수 있는 군보다 민간단체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에 일리가 있다. 더욱이 군 당국이 비공개를 전제했다고 하지만 대북 전단 살포를 외부에 알린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그동안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남 탓 하듯이 군을 질타하고 나선 것도 볼썽사납다.

정부는 매주 목요일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중요한 외교 안보 현안을 조율한다.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공식 멤버로 참석한다. 때에 따라 대통령실장도 자리를 같이한다.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 대북 전단을 비롯한 심리전 대응 전략은 당연히 주요 의제로 올려 검토했어야 한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정부가 발표한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핵심이 대북 심리전이었다.

부처별 이견을 조율해 향후 파장까지 면밀히 따져 조율했어야 할 청와대가 뒤늦게 군의 미숙한 대응을 탓하니 수업 중에 졸다가 엉뚱한 질문을 하는 학생 같다. 청와대가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남북군사실무회담 내용의 외부 유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회담 상황을 모니터한 요원과 함께 회담 수석대표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보안조사를 실시한 배경엔 청와대의 뜻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결렬의 원인은 연평도 사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던 북한에 있다. 군 내부에선 군사회담의 수석대표를 상대로 보안조사하는 데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번 보안조사가 남북회담을 박차고 나간 북측의 태도를 정당화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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