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용진]휴대전화 보조금 소비자에 득일까

동아일보 입력 2010-09-17 03:00수정 201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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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휴대전화 가격 문제는 잊혀질 만하면 늘 다시 불거진다. 최근 스마트폰 때문에 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식상한 문제라서 보통 사람은 그렇거니 하면서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 얼마나 내야 마땅한지 모르면서도 다시 전화기를 바꿀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기업보다는 정부에 뭐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꽤 있을 것 같다.

보조금에 기반을 둔 유연한 휴대전화 가격정책이 사회경제적으로 가져다주는 손실은 많이 지적됐다. 몇 가지만 들어보기로 한다. 먼저 보조금은 결국 소비자 부담인데 그런 가격정책으로 휴대전화와 통신서비스의 과소비만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비싸게 휴대전화를 산 소비자가 싸게 산 소비자에게 사실상 보조금을 준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는 요즈음 회자되는 공정성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전화기-통신서비스 과소비 초래

난맥적 가격정책으로 소비자의 눈에 휴대전화의 정상가격이 영원히 미궁에 빠지면 독과점적 기업은 불합리한 가격도 쉽게 소비자에게 부과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서비스와 휴대전화를 묶어 팔기 위해서는 기업 간 조정이 필요한데 이 조정이 심화되면 수평적 또는 수직적 산업 연계 속에서 불공정거래가 더 심화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소비자도 피해를 보지만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에도 짐이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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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보조금이라는 다소 창의적인 제도에 힘입어 가격을 유연하게 책정할 수 있는 하나의 큰 이유는 통신서비스산업이 사실상 규제산업이라는 데 있다. 규제 때문에 산업에 참가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된다. 따라서 통신기업은 상당한 독과점적 지위를 갖는다. 독과점적 산업에서 기업은 궁극적으로 초과이윤을 실현할 수 있으며 이런저런 형태의 기업 간 조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독과점적 통신기업은 유연하게 가격을 관리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정부가 초과이윤을 적절히 흡수하고 기업이 규제라는 테두리 안팎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작금의 휴대전화 가격행태도 많이 안정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그런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만을 보여준 것 같다. 특히 정보통신 관련 부처와의 관계에서 공정거래위원회도 통신서비스산업의 독과점적 행태를 적극적으로 감독하지 못한 것 같다. 한 예로 휴대전화와 통신서비스를 묶어 판매하는 일도 정교하게 심화되고 있으며 휴대전화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도 발생한다. 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애매하게만 보인다.

많은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보조금 제도와 지나치게 유연한 가격정책을 정부가 근원적 차원에서 하시라도 바로잡지 못하면 결국 사회구성원 일부의 불합리한 이익 증대와 산업구조의 왜곡만 가속된다. 정부의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불공정거래 독과점 기업만 배불려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만한 의견의 하나로 통신서비스 구입경로와 휴대전화 구입경로를 가능한 한 분리해 보라고 제시하고 싶다. 기기와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판매하는 행위를 정부가 원천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지배구조상 통신기업과 관계가 있는 기업의 휴대전화 도매나 소매 참여를 신중히 관리하는 일도 필요하다.

또 하나는 통신기업의 효율적 경영을 정부가 더 주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신기업의 부가서비스사업 개발이나 수평적 사업다각화에 정부가 더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통신서비스산업은 규제 안에서 움직이므로 정부의 이러한 관리가 시장경제에 역행한다는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명백한 불공정거래를 정부가 더 객관적이고 엄밀하게 관리하는 일도 필요하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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