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궁영]G20, 한국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계기 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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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G20 정상회의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개최한 어떤 국제행사보다도 큰 의미를 갖는다. G20 서울 정상회의를 국격(國格) 상승의 기회로 여기는 한국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새로운 국제질서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G7이 아닌 국가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은 분명 국제사회 안에서 우리 경제와 외교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의 큰 틀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모임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긴밀한 정책 공조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 결과 2008년 11월 새로운 경제 협의체인 G20 정상회의가 태동했다. G20 정상회의의 의미는 역사상 처음으로 각 대륙을 대표하는 국가를 모두 포함한 전(全) 지구적 성격을 띤 경제 협의체라는 점이다.

선진국 모임인 G7이 존재함에도 G20 정상회의가 창설된 것은 중국 인도 한국 등 신흥국들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결과, 세계 경제력 분포가 변화한 데서 기인한다. G7이 탄생한 1976년 당시 세계총생산 가운데 G7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합계와, G7을 제외한 G20 국가의 GDP 합계의 비율은 각각 50%, 13%를 차지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각각 62%와 23%로 신흥국의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재 G20 국가는 전 세계 GDP의 85%, 외환보유액의 81%, 교역량의 80%,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의장국으로 새 국제질서 창출 주도

세계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주요국의 협의체는 1973년 1차 오일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1974년 등장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G5 재무장관 회의를 모태로 한다. 이 회의는 1975년 이탈리아를 추가해 주요 6개국(G6) 정상회의로 승격됐고 1976년 캐나다의 참여로 G7 체제를 이루게 됐다.

탈냉전 이후인 1997년에는 러시아를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임으로써 G8 정상회의로 바뀌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세계경제의 주력으로 등장한 신흥국을 포함한 새로운 경제 협의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G13(G8+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G16(G13+인도네시아 터키 이집트 또는 나이지리아), 또는 G20(G13+한국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아르헨티나 터키 EU의장국) 정상회의로 현행 G8 체제를 대체하자는 논의 끝에 G20 정상회의가 탄생했다.

현재까지도 G20 정상회의의 지속성 여부와 함께 구성국 변화 논의는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다. G13까지는 구성국의 위치가 확고하다. 따라서 G15 또는 G16으로 협의체의 구성국 수를 축소하거나 G20의 구성국에 변화를 주고자 할 경우 한국의 위치는 불안할 수 있다. 실제로 50개국 이상이 존재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남아공 단 한 나라만이 G20의 구성국이며 프랑스 또한 지역적 안배를 이유로 동북아에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 모두 포함된 것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초기에 G20 의장국을 맡고,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은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미래전략 심사숙고해야

G20 정상회의 구성국의 경우 기존의 G7 외에 추가되는 국가의 결정에는 경제력 외에도 지역적 대표성, 정치적 이해관계 등 여러 국제정치적 역학관계가 작용하며 특히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의 지속성 확보 및 구성국 유지에 큰 국가적 이해가 걸린 우리로서는 이를 위한 외교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규칙 준수자(rule taker)’의 위치에서 탈피해 ‘규칙 제정자(rule setter)’로서의 참여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신뢰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한미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이며, 세계 속의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한국의 미래 전략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어렵사리 유치한 전 지구적 회의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한국의 지속적 발전에 초석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을 지속할 때 국제사회에서 받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남궁영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정치연구소장 youngn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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