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인철]반갑지 않은 낯선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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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요즘 고향인 경기 여주가 낯선 외부 ‘손님’들로 북적이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여주는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 등 3개 보(洑) 건설작업이 진행 중인 곳으로 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등 야당들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 투쟁에서 상징적인 장소로 부각됐다. 22일부터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이포보와 경남 창녕의 함안보 공사현장을 동시에 기습 점거한 뒤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재·보선 다음 날인 29일에는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여주에 총출동했다. 한나라당의 원희룡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이포보 농성 현장을 찾았다. 그는 “환경론과 개발론의 근본주의적 입장으로 가게 되면 영원히 평행선”이라며 “이 사업을 무조건 밀어붙인다는 것이 아니라 실증적인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대화하러 왔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민주당에서 김진표 최고위원, 이미경 사무총장과 경기도의원 30여 명,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도 이포보를 찾아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는 14일에도 여주보 건설 공사가 한창인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를 찾아 재·보선을 겨냥한 ‘4대강 심판론’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여주 주민들은 4대강 반대운동에 냉담하다. 왜 당사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외지 사람들이 몰려와서 시위하고 난리냐고 반문한다. 필자의 고향은 이포보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이 지역 사정을 좀 안다. 집 근처 양화천은 남한강 이포보로 흘러들어간다. 이 양화천은 하천 바닥에 모래가 쌓여 여름철에는 홍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포보를 만들면서 강바닥을 준설하고 지류 하천도 정비하면 농민들은 홍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어 동네 주민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찬성 집회에 나온 주민들은 “각종 규제로 고통 받아 온 여주가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인데 지역정서를 무시하고 정치적 의도 등으로 진행하는 사업 반대운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수십 년 동안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묶여 있어 인접한 경기 이천, 강원 원주에 비해 낙후돼 있고 주민들도 재산권 행사에서 피해를 봐 온 게 사실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말대로 3개 보 건설에 1조800억 원이 투입되면 여주가 생긴 이래 최고의 ‘골드러시’라고 할 정도로 발전의 기회가 된다. 보가 생기면 관광지가 되고 제방을 쌓아 홍수를 예방한다. 준설을 하면 남한강은 물론이고 지류 하천도 수위가 낮아져 좋다. 자갈 모래 채취로 생기는 2000억 원 중 1000억 원이 여주군에 돌아간다. 연간 예산이 2800억 원에 불과한 지방자치단체엔 엄청난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4대강 사업 심판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8개 선거지역 중 5곳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야당 논리대로라면 유권자들이 발목잡기 정치공세를 심판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충북 충주 보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윤진식 국회의원 당선자가 29일 “4대강 사업의 시발지가 충주인데 충주시민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전체적으로 좋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4대강 사업이 필요한 사업인지 아닌지는 해당 지역에 맡겨두는 게 옳다. 중앙 정치권과 환경단체, 종교단체들이 나서 ‘운동’으로 접근하면 주민들만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인철 사회부장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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