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미국 최첨단 벤처가 살아가는 법

  • 동아일보

‘제너럴모터스(GM)가 잘되면 미국도 잘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더는 진실이 아니다. 미국 경제의 미래는 GM의 운명과는 이제 상관이 없다.

최근 방문한 세인트루이스에서 ‘엔도스팀’이라는 신생업체를 알게 됐다. 인체의 위산역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몸속에 심을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다. 흥미로운 점은 엔도스팀이 운영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미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신생업체의 전형이다. 글로벌화가 이뤄진 ‘평평한 세계’에서 혁신을 위해 기존 산업의 투자자와 손잡은 새로운 이민자들의 혼합이다.

이 회사는 쿠바와 인도에서 온 이민자에게서 영감을 얻고 세인트루이스의 벤처투자자가 자금을 댔다. 시제품은 이스라엘 기술자의 도움과 인도 및 칠레 의사들의 임상실험 반응을 토대로 우루과이에서 제작한다. 최고경영자는 파리 소르본대를 졸업하고 현재 미주리 주와 캘리포니아 주를 넘나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이다.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그의 사무실 역할을 한다. GM을 살리면 일자리 몇 개는 보존하겠지만, 엔도스팀 같은 회사 수천 개를 육성함으로써 새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난다.

1960년대 쿠바에서 미국에 이민 온 산부인과 의사 라울 페레스 박사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투자자인 댄 버크하트 씨를 만났다. 1997년 그들은 ‘오크우드 의료투자’라는 의료벤처펀드를 만들었다. 위산역류증을 앓던 페레스 박사는 애리조나 주 마요 병원에서 샤르마라는 인도계 미국인 의사의 진료를 받았다. 샤르마 씨는 위산역류를 막을 수 있도록 근육의 운동을 통제하는 인공심박조율기 같은 기기를 활용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자전거회사 ‘트렉’의 설립자인 비벨 호그 씨가 최고경영자로 합류했다. 의료기술자인 샤이 폴리커 씨와 위장병 치료로 유명한 에디 소퍼 박사가 시애틀의 기술팀에 합류했다. 폴리커 씨와 소퍼 박사는 이스라엘인이고 기술팀은 호주인이 이끈다.

기업의 주요 인사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모이는 일은 거의 없다. 최고의 기술과 저비용-고품질 제조방식을 찾기 위해 전화, e메일, 인터넷, 팩스 같은 ‘평평한 세계’의 도구를 최대한 활용한다. 이처럼 군살을 쫙 뺀 엔도스팀은 벤처 투자의 최첨단에 서 있다. 사용자가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기술(IT)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방식을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하는데, 엔도스팀의 제품 생산 방식은 ‘클라우드 매뉴팩처링’이라 할 수 있다.

엔도스팀의 임상실험은 인도와 칠레에서 한다. 호그 씨는 “두 나라의 공통점은 뛰어난 기술과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 연구에 대한 관심 그리고 비용이 합리적인 우수한 외과의사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양에서 발명해 돈을 대고, 동양에서 더 개발하고 시험하며 양쪽 시장에서 모두 시판된다. 새로운 기업 모델의 하나다.

미국에 주는 시사점은 많다. 엔도스팀이 성공한다면 세인트루이스의 작은 본사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세인트루이스에는 경영, 마케팅, 디자인 같은 최고의 일자리와 주주들이 모여들 것이다. 혁신이 생겨나고 자본이 모이는 곳은 여전히 중요하다.

세라 페일린, 각종 토크쇼의 헛소리꾼들, 티파티, 그리고 스포츠 같은 정치가 쏟아내는 횡설수설이 이 나라 논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거리에는 무관심한 채, 자신들이 사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알며 그것을 그저 묵묵히 행하는 모험가들이 있다. 정말 다행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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