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타협점 접근하는 위안화 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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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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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환율이 중국과 미국 간에 주요 정치 경제 현안이 됐다. 위안화 절상 여부는 양국 간 경제 무역 관계를 넘어 정치적으로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서로 협조할 것인가, 아니면 충돌도 불사할 것인가는 양측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고 이에 따라 위안화 환율 문제도 가닥을 잡을 것이다.

위안화 환율 논란은 최근 불거진 사안이 아니다. 이미 2004년 미국 의회는 위안화 가치를 37.5∼45.0% 올릴 것을 주장했다. 중국이 2005년 위안화 환율을 제한적 변동환율제로 바꾼 후 2008년까지 23.0% 절상돼 달러 대비 환율은 달러당 8.35위안에서 6.78위안으로 내렸다.

중국은 경제력이 높아진 만큼 위안화 환율을 조정했으며 위안화 환율의 안정은 세계 경제나 아시아 경제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위안화 가치가 대폭 오르면 제조업 제품의 수출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 중국의 수출 중 3분의 2가량은 외국과의 합작 기업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 상승은 타국의 중국에 대한 투자와 합작 기업의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일본 한국 대만 등의 영향이 크며 나아가 아시아 경제의 회복과 번영에도 유리하지 않다고 중국은 생각한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으로 연안 지역의 의류 완구 가전 및 기계제품 등 비교적 이익률이 낮은 업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중국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평균 이익은 6∼8%에 불과하다. 위안화가 10% 절상되면 적자 생산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2.6%가량으로 어느 정도 회복됐다지만 실업률은 10% 안팎으로 높아 고민이다. 제조업 진흥을 통해 실업률을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 투자 증가 및 개인 저축 증대와 함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버락 오바마식 뉴딜’이라고도 부른다. 미국 경제구조의 재조직을 위한 이런 필요에서 위안화 절상 공세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압력의 강도가 2004∼2005년에 비해 월등히 세다.

무역 불균형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속죄양을 찾는 듯하다. 중국의 저가상품이 미국인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서 일상용품을 수입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에서 들여온다. 이런 상황에서 미 의회나 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합리성이 떨어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같은 이는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무역전쟁도 불사하라고 주장한다.

일본은 미국의 압력으로 1985년에 ‘플라자 협정’을 맺어 1년여 만에 엔화 가치가 240% 이상 오르면서 거품 경제로 치달은 경험을 갖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급격한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중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끝내 위안화 절상을 거부하고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보복에 나선다면 정면충돌로 치닫겠지만 중-미는 결국 정치적 협상을 모색할 것이다. 최근 양측 움직임에서도 타협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이 예상되지만 인상률이 10%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초 양국 간에 벌어졌던 많은 갈등 요소들이 일단락된 것처럼 위안화 문제도 정치적 협상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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