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설동훈]공무원이여, 다문화 감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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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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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서 외사과를 재편하여 보안부 산하에 국제범죄수사대를 창설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외국인 범죄 건수가 더불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테러, 마약 총기 반입, 여권 위조 변조, 밀입국 알선, 인신매매 등 국제 범죄를 근절하고 국내 체류 외국인을 괴롭히는 외국인 폭력조직을 검거하기 위한 전담반을 두겠다는 취지다. 일선 경찰서 외사계는 첩보 업무에 주력하고 국제범죄수사대는 수사 업무를 전담하는 ‘정예부대’로 활동할 것이라 한다. 외사경찰 업무를 광역화 전문화하여 외국인 범죄와 테러로부터 한국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노력으로 평가한다.

국제범죄수사대 소속 경찰관은 외국어에 능숙하고 국제적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춘 인재로 충원될 것이다. 그들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공무원으로서 권력 오남용 시비가 일지 않도록 공무집행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제범죄수사대 경찰관은 ‘다문화 감수성’을 갖춰야 한다. 한국의 일선 경찰서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힘든 상황이 종종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대상에 포함된 외국인 용의자는 물론이고, 체포한 외국인 범죄자를 다루는 국제표준을 준수하는 게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의 관행과 국내표준뿐 아니라 해당 외국인의 출신국 문화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상대주의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한국 사회는 태어날 때부터 한국인으로 거의 이루어진 동질적 사회에서 외국인 또는 귀화 한국인의 비중이 나날이 늘어가는 다문화사회로 급격히 변모해 가는 중이다. 그렇게 바뀐 상황에 맞지 않는 기존 법률과 관행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 로마에서는 누구나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로마법 자체가 다양한 구성원의 특성을 반영하여 만들어졌음을 알아야 한다. 일방적인 로마법을 따르라고 강요하기 힘든 시대임을 이해해야 한다.

다문화시대의 공적서비스는 문화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 예컨대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면서 다문화 아동 또는 다문화 아이라는 표현이 통용된다. 그런데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의 의미와는 무관하게 그런 아이들을 일반 한국인 아동과 구분 짓고 편 가르며 따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를 특정 개인을 지칭하는 집합적 개념으로 사용할 경우 그것은 차별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적서비스를 집행하는 공무원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 사회가 민주화된 후 공권력을 집행하는 공무원은 국민의 지배자에서 국민의 종(공복·公僕)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경찰관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 ‘민중의 몽둥이’ 역할을 한 적이 있었으나 민주화 이후 ‘민중의 지팡이’라는 제자리를 찾았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문화시대 한국의 공무원은 한국의 법과 도덕은 물론이고 국제 규범과 다른 나라의 문화까지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외국어 구사력뿐 아니라 문화 다양성 대처 방식도 교육해야 한다.

다문화시대 한국의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찾아온 세계시민을 상대해야 한다. 6·25전쟁의 폐허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달성하고 문화 선진국으로까지 비약한 한국 사회의 참모습을 세계시민에게 전달하는 일선 창구가 바로 공무원이다. 그 공무원의 기본 자세에 다문화 감수성은 필수적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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