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심영택]21세기 강국 위한 10만 발명가 양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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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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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와 발해를 떠나보낸 후 한반도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우리는 영토의 크기로 우열을 가르던 1000년간의 농경시대 내내 이류 국가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 후 200년간 기술과 자본을 근간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도 우리는 서양문물을 제때 받아들이지 않아 모진 운명에 휘둘리며 삼류 국가로 전락했다. ‘하면 된다’, ‘잘 살아보세’ 등의 구호는 6·25전쟁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1970년대를 함께하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규범이다. 이후 40년간 베이비붐 세대는 하면 되더라는 사실을 체득했다. 그 결과 이제는 선진국 문턱에 도달할 정도로 잘살게 됐다.

지식기반시대라 지칭되는 21세기도 벌써 10년이나 흘렀다. 지식기반시대의 근간은 지식재산이며 지식재산은 바로 이 시대의 기축통화다. 지식재산을 많이 보유한 국가가 21세기를 주도할 것이다. 땅도 좁고 자원도 없지만 똑똑하고 성실한 우리 국민은 나라의 보배다. 어떻게 하면 지식재산을 많이 보유해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발명으로 먹고사는 발명가를 양병하고 이들을 기르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면 저절로 이루어진다. 만사형통 전략이다.

발명가는 지식재산의 생산자다. 발명가 없이 지식기반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 하지만 발명으로 먹고살 수 없는 사회의 발명가는 굳이 남보다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발명에 전념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발명가 양병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발명가가 신명나게 발명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범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박 전 대통령 시대의 수출입국(輸出立國)이라는 규범은 일관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지향한 정부, 신명나게 연구개발한 연구진, 개발한 제품을 신명나게 생산하던 근로자는 물론이고 서울에서 만든 제품이 부산항에서 제때 적재되도록 경부고속도로를 오가며 화물차를 경호하던 오토바이를 탄 경찰과 같은 우리 사회의 인력, 시스템, 인프라가 뒷받침되어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우리는 이제 발명입국(發明立國)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는 물론이고 국민도 10만 발명가를 기르고 이들이 발명에 전념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발명가 양병에는 모병과 훈련이 필요하고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에는 제도 개선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제 협력과 경쟁이 필수적이다. 발명을 장려하고 발명가를 행복하게 하는 규정이야말로 발명입국을 위한 규정이다.

지식경제부가 민관합동으로 창의자본을 조성해 운용할 계획이라 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동안 우리는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뛰면서 보내온 무역전쟁 승전보에 도취해왔다. 하지만 숨은 영웅에게는 전적으로 무관심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을 달성한 것은 알아도, 밥 먹듯이 야근하며 휴가를 반납해온 병사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승전보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병사를 돌보지 못하는 한 우리에게 일류란 없다. 시대의 조류는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수출입국을 찍고 발명입국으로 가도록 만들고 있다. 그렇다. 지금이 바로 땅도 좁고 자원도 없는 우리에게 다가온 5000년 만의 기회다. 10만 발명가를 양병하고 이들을 키우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우리가 선도할 수 있다. 우리는 한글을 사용하며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 측우기, 거북선을 발명했던 저력을 지닌 ‘아주 특별한 우리’이기 때문이다.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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