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교육개혁 핵심은 대학質 개선

  • 입력 2000년 6월 21일 19시 17분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제3자로서 두 나라의 교육제도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그 유사성과 차이점에 매혹되곤 한다.

▼문법 탈피한 영어교육 시도▼

두 나라의 교육제도는 매우 경쟁적이고 학교 서열이 뚜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최근 10년간 두 나라에서는 심한 경쟁과 고착된 학교 서열에 대한 비판이 점점 커졌다.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가로막는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두 나라에서는 영어교육, 고등교육, 정보기술, 다른 나라 학생들과의 성적 비교 등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그러나 두 나라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에 접근하는 방법에서 상당히 다르다. 영어교육 개선과 고등교육 개혁에 대한 일본의 접근방식은 한국에 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다.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 자문위원회가 올해 초에 내놓은 보고서는 일본이 장기적으로 영어를 제2공용어로 채택해야 한다고 건의함으로써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문부성은 영어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2002년부터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방법은 한국과 아주 다르다. 영어과목이 아니라 국제이해과목이 생기는 것이며 통합적 학습시간에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 통합적 학습시간에는 국제이해 컴퓨터교육 환경문제 보건복지 등 4개 과목이 있는데 영어는 이 가운데 국제이해과목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통합적 학습은 초등학교 3, 4학년에 105시간, 5, 6학년에는 110시간이 들어 있다. 이는 한 학년 총 학습시간의 10%를 약간 넘는 것이다.

문부성은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세부 교육과정을 직접 통제하지는 않지만 이에 대한 지침을 내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교사들에게 알파벳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다. 알파벳 교습은 교사로 하여금 철자와 문법을 가르치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심어줘 중고교에까지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 영어와 외국어 학습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심어주는 것과 문화적 차이에 눈뜨게 만드는 것이다. 영어에 대한 숙달을 목표로 하는 한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인은 왜 영어를 못하는가’의 저자 스즈키 다케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일본의 영어학습자들은 영어를 일본식으로 사용해도 되고 일본인의 문화적 감수성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처럼 고등교육이 보편적인 뉴스의 주제가 되고 있지만 다뤄지는 문제들은 서로 다르다. 일본에서는 대입절차나 사교육, 대학행정에 관한 문제들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대학간의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독립법인화가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국립대를 독립적인 공공기관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획기적인 교육개혁 사례가 될 것이다.

독립법인화 지지자들은 국립대를 사립대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하면 국립대의 교육효과나 연구성과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립법인화에 찬성하는 거센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국립대들, 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이같은 생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끊어지면 지방대가 재정난을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립법인화가 진행되면 지방에서 영향력있는 대학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부분의 국립대 교수들은 자신들이 누리던 안정적 지위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편 사립대들은 지원자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교육학자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많은 대학이 파산하거나 합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립대의 독립법인화나 사립대의 개편은 2010년까지 일본 교육계의 지도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國立大 독립법인화 검토▼

영어교육과 고등교육기관 개혁은 한국과 일본 교육계에서 관심을 끄는 두가지 이슈다. 일본은 이 중에서 고등교육기관 개혁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통합적 학습시간’이란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영어는 엄격한 교과과정 안에서 유일한 ‘자유’시간에 가르치는 한가지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그 반대인데, 왜 고등교육의 구조적 개혁이 보다 큰 이슈가 되지 않을까 궁금하다.

로버트 파우저(일본 가고시마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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