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무 오징어값 껑충… 추석 앞두고 물가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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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물가 2.6%↑… 5년새 최고

집 주변 대기업슈퍼마켓(SSM)에서 주로 장을 보는 40대 워킹맘 A 씨. 남편과 5세, 6세 두 아이가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역시 삼겹살이다. 하지만 A 씨는 최근 삼겹살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상추 사기가 꺼려진다. 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서다. A 씨는 “금(金)추가 된 상추 대신 그나마 덜 오른 깻잎이나 양상추로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밥상 물가’ 폭등이 심상치 않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전국을 덮치면서 특히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5년 4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특히 서민 생활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3.7%였다. 5년 8개월 전인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물가 급등은 신선식품이 주원인이다. 상추(72.4%) 무(71.4%) 달걀(53.3%) 등이 크게 올랐다. 조류인플루엔자(AI), 폭염·폭우 등 악재가 계속된 영향이다. 이 품목들이 주로 포함된 신선채소군 전체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2.8% 상승했다.

9월로 접어들었지만 주요 식재료 값은 여전히 비싸다. 9월 1일을 기준으로 이마트에서 팔린 300g 중량 상추 1봉 가격은 지난해 2980원에서 올해 3880원으로 900원(30.2%)이나 뛰었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포도 1kg 가격은 지난해보다 670원(16.9%) 오른 4630원이다. 일반 가정에서 가장 즐겨 먹는 삼겹살도 100g 기준 가격이 같은 기간 2170원에서 2550원으로 380원(17.5%) 올랐다. 한우 가격이 소폭 내렸다지만(―2.7%) 체감 물가는 현저하게 오른 셈이다.

대형마트들도 ‘특가상품’ 이벤트 품목에서 채소, 과일 등을 제외시키는 사례가 많아졌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관계자는 “도매가가 워낙 비싸니 채소류는 이벤트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 고객들 중 매대 앞에서 ‘너무 비싸다’고 놀라면서 망설이다 돌아가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번 물가 급등은 통계청의 예상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통계청은 최근 5년 평균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올해 8월 평균 물가가 전년 동기보다 2.2∼2.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물가상승률(2.6%)은 이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8월에 비가 많이 내리면서 채소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7, 8월 강원 대관령 기준 강수일수는 38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일보다 11일이나 많았다.

AI 사태로 급격히 가격이 상승했던 달걀도 물가에 영향을 줬다. 6, 7월 달걀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9.3%, 64.8%나 됐다. ‘살충제 잔류 파동’을 겪으면서 상승세가 꺾였지만 8월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여전히 50% 이상 비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채소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7월 말, 8월 초 폭우 이후 농가에서 상추 등 채소를 다시 많이 심었다. 보통 40일쯤 걸리니까 이달 중순부터는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채소류 가격 불안이 한 달 남은 추석(10월 4일)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비축 물량을 방출하는 등 적극 대처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김창덕 기자
#물가#추석#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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