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지하철 100배 즐기/지하철역 들여다보기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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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전 8시경 서울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한 남자가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지하철은 30분 지연됐고 출근길 시민들은 큰 혼잡을 겪었다. 그러나 대전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대전 지하철역엔 모두 안전문(스크린도어·PSD·Platform Screen Door)이 설치돼 있다. 자살이든, 실수든 선로에 뛰어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곳은 대전이 유일하다. 이뿐만 아니다. 대전지하철은 ‘안전’을 넘어 각종 공연과 전시, 독서운동, 자전거 빌려 주기 등 시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객들에게 좀 더 안락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역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단순한 ‘교통편의’를 넘어 새로운 ‘지하철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전국 1등’의 대전지하철=대전도시철도공사(사장 이강규)는 지난달 19일 한국표준협회와 갤럽조사연구소 공동조사에서 전국 7개 지하철공사 중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하철 분야 31개 설문 가운데 18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획득한 것.

평가항목 중 고객 지향적 서비스, 신뢰, 승객안전, 친절도 등은 전국 평균지수(60점대)를 훨씬 웃도는 72∼74점이었다. 8월에는 한국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무재해사업장 인증을 받기도 했다.

대전시민들은 그야말로 ‘전국 최고의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셈.

▽편리함, 그 이상의 안전=대전지하철은 2006년 3월 개통 이후 지금까지 180만여 km를 달렸다. 지구를 거의 50바퀴나 돈 셈. 하지만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서울의 경우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자살, 추락 등 4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서울 지하철이 복잡하고 노선이 길다는 것을 감안해도 대전의 사례는 우연이라고만 볼 수 없다.

일등공신은 바로 승객의 선로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문. 안전문은 사고 예방뿐만 아니라 선로의 먼지와 소음이 승객 대기선에 유입되는 것까지 막아 준다.

대전도시철도공사 신한순 기술이사는 “전동차 1500여 량의 기능을 15분 만에 점검할 수 있는 컴퓨터 자동검사장치와 첨단 신호시스템도 대전지하철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책 읽는 풍경, 자전거 타는 지하철=타 도시 지하철과 달리 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민문고. 도시철도공사가 시민에게서 기증받은 책을 비치한 것. 9월 말 현재 22개역에 3만5000여 권이 비치돼 있다. 누구나 플랫폼 책장에서 보고 싶은 책을 골라 가는 도중 읽다가 내리는 역에 꽂아 두면 된다.

이제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 대전의 한 대학 교수는 10여 년 찾아 헤매던 책을 우연히 지하철에서 발견하고 신간 10권과 교환해 가기도 했다.

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중 또 하나가 초록색 자전거다. 올 3월 자전거사랑전국연합회 대전본부가 기증한 것이다. 누구나 신분증만 제시하면 이용할 수 있다. 걷기엔 너무 멀고 차를 타기엔 너무 가까운 지하철역 주변을 오가는 데 매우 유용하다.

문제는 책과 자전거가 가끔 사라져 버린다는 것. 철도공사 측은 좀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 뒤 반드시 돌려주도록 당부했다.

▽테마가 있는 역사=‘레일 아트’는 대전지하철의 브랜드다. 역마다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공연이 거의 매일 펼쳐진다. 지하철역이 또 다른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

미술학원이 많은 탄방역은 1년 내내 학원생들의 작품 전시가 줄을 잇는다. 월평역에서는 야생화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시청역에서는 색소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어느 지하철역에서는 하루 종일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한다.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지하 분위기를 탈피하려는 역 직원들의 배려다. 하지만 지하철이 안고 있는 만성적인 적자도 이제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도시철도공사 이강규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을 만들어 가는 한편 내실도 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음엔 유성온천역 편이 이어집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 맛집 등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페이지(www.donga.com/news/daejeon) 게시판에 올려 주십시오. 확인 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지나간 역에 대한 기사도 모두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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